남북 정상이 지난 27일 판문점 선언에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을 명문화하면서 한반도종단철도(TKR) 건설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부산에서 북한 나진을 잇는 동해선이 완성되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관통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까지도 연결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부러움을 나타낸 고속철도의 경우 경의선 현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다만 이것들이 현실이 되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29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공공기관들은 이번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를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남북 정상이 철도 분야 경제협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만큼 이행계획 수립을 위한 내부 검토를 벌이고 필요하다면 태스크포스(TF) 등 추진 체계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TKR와 TSR를 잇는 최적의 노선은 동해선으로 평가된다. 동해선은 부산에서 강릉, 북한 원산과 함흥을 거쳐 나진까지 연결하는 철도노선이다. 현재 남측의 강릉~제진(104㎞) 구간이 단절돼 있는데 이는 의사결정만 이뤄지면 곧바로 시행에 옮길 수 있다. 손명수 국토부 철도국장은 “강릉~제진 구간은 남측에 있어 의사결정만 하면 곧바로 시행될 수 있다”며 “이를 포함한 철도 협력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TKR가 완성되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관통하는 TSR까지 연결될 수 있어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시대를 열 수 있다. 물류혁명을 통한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동해선을 완성하더라도 TSR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데는 철도 궤간이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과 중국·유럽 철도는 표준궤(1,435㎜)지만 러시아철도는 광궤(1,520㎜)를 사용해 폭의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TKR와 TSR 연결지점에서 다른 열차로 환승·환적을 하거나 열차 바퀴 교환 없이 달리는 궤간가변대차를 개발해야 한다.
KTX와 같은 고속철이 운행할 수 있는 노선은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연결하는 경의선의 개량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평양·신의주를 지나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계될 수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노후화 수준이다. 경의선은 2004년에 이미 연결돼 2007~2008년 1년간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운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에서 박왕자씨가 피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같은 해 12월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이후 경의선은 10여년간 방치됐기 때문에 현대화 등 시설 개량이 필요하다. 특히 KTX 같은 고속철을 운행하려면 전면적인 궤도 개량이나 복선화 작업이 필요하다.
막대한 비용도 고려 사항이다. 2005년 교통연구원이 경의선축과 동해선축의 노선 개량을 위한 공사비를 추정해보니 단순 개량사업만 시행해도 6조5,000억원에서 8조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복선 등의 전면 개량을 할 경우에는 16조~19조원의 공사비를 예상했다. 현재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이 비용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건설 주체가 되고 남한이 인프라만 제공하는 식으로 추진해도 경의선만 10조원가량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제적인 컨소시엄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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