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국내 부품 협력사의 기술 지원에만 10억달러(약 1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GM을 비롯한 완성차 회사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협력사들에게 ‘단비’가 될 전망이다. 다만 GM은 신규투자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전례가 있는 만큼 ‘말뿐인 투자’가 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잘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한국GM 관계자는 “이번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뉴머니(신규 자금) 가운데 약 10억 달러는 부품 협력사의 기술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2021년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22년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등 신차를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는데 이들 차량의 공동연구개발, 금형 등 부품 설계·생산에 10억 달러 가량을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전체 신규 투입자금(43억5,000만달러)의 약 23% 수준이다.
결정 배경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GM본사는 한국 시장에 남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품 협력사의 경쟁력을 꼽을 만큼 국내 중소기업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자금 20% 이상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GM 본사는 최근 전세계 협력사 중 125개의 우수 협력사를 선정했는데 국내 회사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27개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부품사들은 품질 경쟁력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데 인건비는 미국 회사들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GM으로서도 매력적인 파트너”라고 귀띔했다.
GM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완성차 업체의 수출·생산 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부품 협력사들에게는 단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C·D등급)에 오른 자동차 부품업체는 2016년 5곳에서 지난해 16곳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한국GM은 중소기업 기술 지원 외에 부평·창원공장의 시설 투자에도 16억 달러(약 1조7,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GM은 지난달 인천시와 경상남도에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신청서와 함께 투자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신차 개발을 위한 생산라인 교체, 충돌테스트시험장 신설 등에 16억 달러를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액은 더 증액될 가능성도 있다. 회사가 최근 뉴머니 규모를 28억 달러에서 43억5,000만 달러로 늘리면서 “시설 투자를 좀 더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머지 16억 달러는 명예퇴직자 위로금 등을 포함한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GM이 신규 자금의 상세한 용처까지 밝혔지만 이행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례가 있기 때문. 한국GM은 지난 2013년 ‘전기차를 포함한 6개의 차세대 글로벌 차량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5년간 8조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GMK 20XX’ 사업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실화된 것은 말리부·트랙스 등 신차 3종 배정뿐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와 GM이 정상화를 위한 회생 계획에 잠정 합의했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라며 “GM이 한국에서의 투자 계획을 잘 이행해 국내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GM은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 남은 쟁점을 두고 막바지 협의를 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 결정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GM의 투자 계획이 외투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신성장동력 산업 투자 조세 감면 등 제3의 방식으로 추가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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