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협력 확대가 기대를 넘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에 남북 경협주가 급등세에 올라탔다. 특히 지수 견인차인 제약·바이오주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코스닥의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남북 경협이라는 이슈가 지금까지 제약·바이오에 집중됐던 코스닥 투자의 다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며 또 다른 거품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남북 경협주로 분류되는 코스닥 종목들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직전에 두고 기대감이 컸던 지난 23일부터 비핵화 합의를 명문화한 ‘판문점 선언’이 나온 직후인 30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상승률 상위 종목을 휩쓸었다.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시설을 생산하는 자회사를 둔 코스닥 상장업체 대창솔루션(096350)은 해당 기간 주가가 86.33%나 껑충 뛰었고 북한의 원전 해체 시 수혜가 전망되는 우리기술(032820)(77.62%), 향후 정부가 대북 영·유아 지원 정책을 편다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알려진 유아용 의류 도매업체 제로투세븐(159580)(60.7%),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감과 관련된 푸른기술(094940)(56.07%)과 대아티아이(045390)(56%) 등 역시 크게 상승했다. 우리기술과 대창솔루션의 경우 올 초 주가와 비교해 주가가 각각 400%, 200% 뛰어올랐다.
30일 하루만 따져도 철도와 송유관·가스관, 해저터널, 대북송전, 전력설비 등 이른바 남북 경협 테마주들은 전 거래일과 비교해 한두 종목 빼고는 모조리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반면 그동안 코스닥시장을 이끌었던 제약·바이오주는 힘이 빠졌다. 코스닥 제약 업종지수는 같은 기간 종가 기준 4.16% 하락했다. 최근 ‘바이오 거품론’이 재차 부각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 턱밑까지 오르며 정보기술(IT)과 바이오·헬스케어 등 현재 가치보다 성장 가치를 더 인정받는 업종들이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 탓이다.
주도주의 부진 여파로 코스닥지수는 지난 17일 종가 기준 900선을 탈환한 후 추가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이날까지 미끄럼을 탔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54포인트(1.19%) 내린 875.9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4월5일 출시돼 3주 만에 2조원 가까운 자금을 빨아들이며 지수 상승을 거들고 있지만 올해 초 코스닥 활성화 정책 영향으로 몰려들었던 외국인 투자자금은 좀처럼 코스닥에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
30일 이날도 외국인 투자가들은 제약·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집중 ‘팔자’에 나섰고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선물 계약 역시 128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코스닥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식은 듯한 모습을 나타냈다. 반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날 오르비텍(046120)과 포스코켐텍을 각각 33억원, 22억원 사들이며 경협 이슈에 일부 반응했다.
그러나 증권가는 남북 경협주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주’처럼 대외 변수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불안한 주도주’라는 우려 역시 내놓고 있다. 실제 산업의 전망보다는 ‘남북 관계’라는 이벤트에만 집중한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당국은 경협주의 열기가 뜨거워지자 불공정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협주의 주가 움직임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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