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천연자원펀드의 6개월 수익률이 10%대로 회복했다. 원유에 투자하는 천연자원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은 40개 펀드 테마 중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유를 기본으로 하는 원자재펀드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적절한 상품을 이용한 투자전략을 펼칠 것을 권하고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원유에 투자하는 천연자원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9.44%로 헬스케어(18.9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헬스케어펀드의 경우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지속된 바이오주 열풍으로 부동의 1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천연자원펀드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단기로도 3개월 수익률은 -3.16%로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다 연초 이후 3.15% 상승 반전했다. 천연자원펀드는 장기화된 저유가 국면을 거치면서 3년 수익률 -7.78%, 5년 -24.14%에 그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으나 유가 상승 흐름을 타 수익률 상위에 랭크됐다. 원자재 펀드도 3개월 수익률이 -6.79%에 그쳤으나 6개월 수익률은 2.73%로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미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에 이르는 등 2014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말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원유수출국이자 원유 값 상승을 경계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보고서가 유가를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사우디 보고서에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는 상황을 봐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두바이유 4월 배럴당 평균가격은 67.4달러로 전월(63.3달러)보다 6.5% 상승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배럴당 71달러로 2014년 12월 이후 3년4개월여 만에 7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불과 4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이 61.4달러였던 점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주요 국제기관들도 올해 유가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조정하고 있다. 씨티는 올해 유가 전망치를 WTI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에서 61달러로 올렸고 바클레이스는 55달러에서 58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52달러에서 6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고공행진 중이다. WTI 선물에 투자하는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82%, 1년 32.72%에 달한다. 원유뿐만 아니라 원자재에 투자하는 삼성KODEX구리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도 6개월 수익률 16.81%, 1년 29.55%,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도 6개월 14.45%, 1년 19.66%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률 행진에도 자금유출로 펀드 규모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천연자원펀드와 원자재펀드 모두 올 들어서만 각각 1,872억원, 426억원이 유출됐다. 최근 1년간 유출액은 각각 4,505억원 2,566억원으로 두 펀드에서 7,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처럼 수익률 상승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서 펀드 규모는 쪼그라져 일부는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원유 등 원자재는 여전히 일반 투자자들이 예상하기에는 너무 전문적인 영역이라는 선입견과 함께 지난 3년께 상당수 투자자가 원자재 펀드에 투자했다가 20% 이상 손실을 본 악몽에서 깨어날 만한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장기화된 저유가를 겪어온데다 원유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여러 종류의 펀드 테마 중 이를 선택할 만한 동인은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또 국제유가의 경우 대외적인 변수로 급락할 수 있다는 점도 경험했기 때문에 선뜻 투자처로 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WTI 가격은 2년 뒤 30달러 아래로까지 급락했지만 어떤 기관도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 당시 원유를 기반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은 눈앞에서 손실을 경험했다.
다만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지속되며 당분간 국제유가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흐름을 명확히 예측할 수 없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운용사 관계자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국의 감산 지속으로 국제유가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과 원유가격의 선행지표인 5년 원유 선물 가격이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어 상승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원자재펀드는 예측이 어려워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꺼리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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