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정시 확대’ 요청 영향으로 서울 지역 15개 주요 대학들이 2020학년도 대학입학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 모집 정원을 소폭 늘렸다. 하지만 전체 대학의 수시 비중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일부 대학의 수능 전형 ‘찔끔 확대’ 정도로는 수시 절대 강세 현상을 막지 못한 셈이다.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율도 늘어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일 전국 4년제 대학 198곳의 2020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현 고교 2학년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0학년도에는 전체 198개 대학에서 총 34만7,866명을 뽑는다. 전년 대비 968명 줄어든 수치다.
◇서울 15개 대학, 정시 ‘찔끔’ 늘려=수험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성균관대 등 서울지역 15개 주요 대학은 2020학년도 총 5만1,955명을 뽑는다. 이중 정시 모집의 수능 전형은 1만4,261명으로 전체의 27.5%에 해당한다. 1만2,895명(25.1%)을 뽑는 2019학년도에 비해 1,366명 늘어났지만 전체 비중으로는 2.4%포인트 높아진 데 그쳤다.
앞서 교육부가 서울 주요 대학 총장들에게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확대폭이 크지 않은 탓에 ‘수시 강세’는 여전하다. 학생·학부모 반발이 높은 학종도 43.7%(2만2,700명)로 0.1%포인트 늘어났다. 교육부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던 주요 대학들이 생색내기용 ‘찔끔 상승’에 그친 모양새다. 이밖에 논술전형은 6,087명(11.7%), 학생부교과전형은 3,641명(7.0%), 실기전형은 5,266명(10.1%) 등이다.
◇대학 가려면 여전히 ‘수시’=이번 대입전형에서 전체 수시모집은 77.3%인 26만8,776명이다. 76.2%였던 2019학년도보다 1.1%포인트(2,914명) 늘어난 수치다. 역대 최대 규모다. 수시모집은 1997년 처음 도입된 이래 지속적으로 늘어 2007학년도(51.5%)부터 정시모집을 역전했다. 수시모집이 늘면서 정시모집은 또다시 줄어들게 됐다. 2020학년도 정시모집 비중은 22.7%(7만9,090명)다.
신뢰도 문제로 비판 여론이 높은 학종은 비중이 더 높아졌다. 학종 전형의 모집인원은 8만5,604명으로 전체의 24.6%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395명 늘었다. 학종뿐 아니라 학생부교과전형도 더 늘어난 14만7,626명(42.5%)을 기록했다. 둘을 합친 학생부 위주 전형은 전체의 67.1%(23만3,230명)에 달한다. 2019학년도보다 1.2%포인트 늘어났다.
이밖에 수시모집에 포함되는 논술 전형은 33개 대학에서 실시하며 1만2,146명(3.5%)을 뽑는다. 실기 전형은 1만9,377명(5.6%)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이밖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고른기회전형은 4만6,327명(13.3%)이다. 지역인재전형은 1만6,127명(4.6%)을 뽑는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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