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의혹만으로 나돌던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비밀공간’이 실제 존재하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 공간은 세관 당국이 지난 1차 압수수색 때 확인하지 못할 만큼 위치가 은밀해 탈세·밀수 혐의를 입증할만한 물품이 보관돼 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이날 오전부터 조사관 20여 명을 투입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부인 이명희 씨, 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이 사는 평창동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조사관들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20분까지 10시간 넘게 진행된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택의 지하 등에서 한진그룹 일가의 ‘비밀공간’을 확인하고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날 세관 당국이 발견한 ‘비밀공간’은 최소 2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은 모두 지난달 21일 압수수색 때 세관의 수사망을 피해간 곳이다.
세관은 최근 조 전무의 자택에 “일반인이 전혀 알아챌 수 없는 비밀공간이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조사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밀수·탈세 혐의를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관 당국은 1차 압수수색 때 조 전무의 자택을 샅샅이 뒤졌지만 복잡한 구조와 은밀한 위치 탓에 이 비밀공간을 찾지 못했다.
실제로 조 회장의 집은 건물 면적만 400평 이상이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이 내부 구조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2차 압수수색 때에는 집안 내부에 대한 설명이 비교적 상세히 담긴 제보에 의지해 비밀공간을 찾아낼 수 있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제보받은 내용대로 길을 찾아갔더니 실제로 지난 압수수색 때 확인하지 못했던 비밀공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세관 당국은 이 공간에 구체적으로 어떤 물품이 보관돼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조 회장이 평소 조각 등 예술 분야에 관심이 컸다는 점에 비춰 고가의 미술품이 보관돼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관 당국이 이 비밀공간에서 추가로 혐의를 입증할만한 단서를 확보할 경우 지금까지 신용카드 분석에 한정됐던 탈세·밀수 혐의 조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밀공간에서 조 회장 일가의 탈세 혐의와 관련된 물품이 새롭게 확인되면 최근 5년간 해외 신용카드 사용액이 없어 소환 대상에서 제외된 조 회장에게 다시 수사가 집중될 수도 있다.
특히 이 ‘비밀공간’은 조 전무뿐만 아니라 조 회장 부부 등 한진일가가 함께 사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새로운 비위행위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