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실질적 에이스로 평가받던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부상에 발목 잡혔다. 과거 수술 부위인 어깨나 팔꿈치가 아닌 것은 다행이지만 몇 차례 등판을 걸러야 할 것으로 보여 고공비행에 제동이 걸릴 판이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원정에 선발 등판해 2회 1사 후 데븐 마레로에게 2구째를 던진 뒤 갑자기 통증을 호소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트레이너가 올라가 다리 상태를 확인한 결과 더는 투구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류현진은 그대로 마운드를 떠났다. 투구 수 30개에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시즌 3승은 그대로 유지됐고 평균자책점은 2.22에서 2.12로 좋아졌다.
다저스 구단은 류현진이 왼쪽 사타구니를 다쳤다고 밝혔다. 2회 선두타자를 상대할 때 왼발이 미끄러지며 근육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2016년 4월에도 사타구니 통증을 느낀 적이 있는데 당시는 경기 중이 아니라 어깨 수술 후 복귀를 준비하던 과정이어서 열흘 만에 투구를 재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기 중 전력투구를 하다 다친 것이어서 복귀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츠 감독은 “정밀검진할 예정이라 내일이 돼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트레이너들은 부상 정도가 상당히 심하다고 하더라”며 “그가 우리를 위해 해준 것을 생각하면 정말 큰 손실”이라고 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일 애리조나 원정 3⅔이닝 3실점 이후 눈부신 호투를 이어온 류현진은 애리조나에 설욕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타선의 지원 속에 1대0 리드를 업고 등판했고 1회 2사 1·3루에서 크리스 오윙스를 높은 패스트볼로 유인해 3구 삼진 처리했다. 앞서 자신을 상대로 타율 0.455를 뽐내던 천적 폴 골드슈미트를 맞아서도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뺏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예기치 못한 부상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다저스는 불펜진의 호투 속에 2대1로 승리, 4연패에서 탈출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부상병동이던 다저스는 류현진의 부상으로 더 깊은 시름을 안게 됐다. AP통신은 “류현진은 올 시즌 다저스의 가장 안정적인 선발투수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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