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은 소위 ‘삼성데이’였다. 금융감독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부터 정의당의 삼성 노동조합 와해 시도 관련 국정조사 요구 및 ‘무노조경영 청산 결의안’ 등 외부에 알려진 삼성 관련 소식만도 6개에 달했다. 엘리엇이 투자자국가소송(ISD)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고 공개된 날도 1일이었다. 물론 삼성에 특별한 날이 이날만은 아니었다. 정부부터 정치권·시민단체들이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굵직한 사안을 들고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 배싱(bashing·때리기)’이다. 삼성은 국가의 적폐이고 삼성을 때리면 인기도 얻을 수 있다는 심리가 암암리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삼성을 국민기업화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삼성전자의 포스코(주인 없는 국민기업)화가 현 정부의 목표”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삼성 때리기는 전방위적이다. 검찰과 국세청(차명계좌 고율과세)을 비롯해 공정위(신규 순환출자 금지 번복), 금융위원회(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매각 요구), 국토교통부(에버랜드 공시지가 산정), 고용노동부(반도체 사업장 정보공개) 등 거의 모든 부처가 삼성을 훑고 있다. 상법개정안의 집중투표제도 삼성전자에 위협적이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공익재단 의결권 제한이나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도 삼성을 노린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치(시세)로 평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법안대로라면 삼성전자 지분 8.23%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은 지분의 상당량을 팔아야 한다.
시민단체라고 빠질까. 반도체 사업장 정보공개 요구, 이건희 회장 검찰 고발(노조와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의혹은 상당 부분 조사나 수사 등으로 관철돼 시민단체의 힘을 여실히 과시했다.
삼성이 달라져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정권의 압박을 수용한 결과가 많았지만 어찌 됐든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다 보니 삼성은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맞지 않은 많은 곤욕을 치렀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소송비 대납 사건,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옛 미래전략실 임원 문자공개 등도 이어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승계 과정에서 무리를 하다 보니 각종 문제가 생겼다”며 “삼성은 위상에 맞는 책임성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철 고려대 석좌교수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이제는 됐다”고 지적했다. 과거 성장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금의 동시다발 ‘삼성 때리기’는 보복이라도 하듯 감정적으로 치우쳐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삼성 때리기=정의’라는 단순등식이 흐름을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을 더 힘들게 만들고 벌을 주겠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법적으로 검토해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는 것은 맞다. 반대로 대상이 되는 기업도 항변할 권리가 있는데 삼성이 잘못했으니 가만 있으라고 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잘못은 엄중하게 꾸짖되 국민정서법으로 기업을 바라보는 여론몰이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 결국 국익을 해친다는 게 학계의 지적이다. /세종=김영필기자(정책팀장)·이상훈기자(재계팀장)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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