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추진 중이던 탁구가 현재 열리고 있는 세계선수권 도중 전격적으로 단일팀을 이루는 ‘작은 통일’을 이루게 됐다. 남북 탁구 단일팀 구성은 지난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이후 27년 만이다.
한국과 북한의 여자 탁구 대표팀은 3일(이하 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세계선수권 단체전 8강 남북 대결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의 주선과 남북 대표팀의 합의에 따라 8강전 대결은 생략하고 남북이 단일팀을 이뤄 4강에 진출하게 됐다. 단일팀 구성 소식은 이날 8강전 시작 시간인 오후5시를 불과 몇 분 앞두고 국내 언론에 알려졌다.
8강 대결을 앞두고는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의 제안에 남북 단일팀이 ITTF 기념재단 축하 행사에서 ‘깜짝’ 복식 시범경기를 펼치기도 했는데 이후 시범이 아닌 실제 단일팀이 성사됐다. ITTF는 극히 이례적으로 대회 기간 중에 두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방증이면서 대회 흥행을 위한 묘안으로도 풀이된다.
대한탁구협회는 ITTF의 제안에 선수와 지도자의 동의를 구했으며 단일팀 구성으로 인한 선수 피해를 막기 위해 한국 5명, 북한 4명인 이번 대회 엔트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전지희·유은총(이상 포스코에너지), 서효원(한국마사회), 양하은(대한항공), 김지호(삼성생명)가 참가하고 북한은 김송이·김남해·차효심·최현화가 참가한다.
남북 탁구 단일팀은 1991년 이후 27년 만으로 당시 단일팀은 여자 단체전에서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를 앞세워 중국을 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 스토리는 2012년 영화 ‘코리아’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단일팀 명칭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같은 ‘KOREA’다. 국기는 태극기와 인공기를 공동으로 게양하고 유니폼은 제작할 시간이 없어 통일된 복장이 아닌 양국의 복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동메달 이상을 따낼 경우 참가 전원에게 메달이 주어진다.
단일팀은 우크라이나-일본전 승자와 4일 결승 진출을 다툰다. 여자 단체전 랭킹은 일본이 중국에 이은 2위, 한국은 5위, 북한은 22위다. 우크라이나는 16위. 객관적 전력상 일본이 올라올 가능성이 커 남북 단일팀이 일본과 맞붙는 흥미로운 대진이 예상된다. 단체전은 단식 5경기 중 3경기를 먼저 따내는 쪽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스포츠 종목 중 가장 활발하게 남북 교류를 행동에 옮기고 있는 탁구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참가 가능성도 더 커졌다. 그보다 앞서 6월 평양오픈에 한국이, 7월 코리아오픈에 북한이 참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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