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금융당국과 정면으로 맞부딪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8일 금융위원회에는 지난 2월 발표한 제재절차 개선안에 따라 소명 기회를 요청하고 금융감독원에는 “감리 정보를 노출하지 말라”며 날을 세웠다. 공세의 수위는 다르지만, “분식회계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향후 열릴 제재 절차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감리위 개최 전 사전 미팅 △소위원회 개최 △대심제 적용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두차례나 보내며 제재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금융위를 상대로 행사 할 수 있는 권한을 모두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모두 지난 2월 금융위가 발표한 제재 절차 개선안에 포함된 내용이라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재절차 개선안에는 국민적 관심도가 높거나, 과징금 규모가 큰 건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대심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쟁점이 복잡한 안건 등은 본심의 전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위원이 필요로 하는 경우 증선위·자문위 심의 전 제재대상자가 금융위가 지정하는 장소에서 개별 심의위원에게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만 법정 공방과 같이 금융당국과 제재대상자가 처음부터 함께 참석해 공방을 벌이는 대심제 외에는 모두 아직 시행한 사례가 없어 금융당국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금융위는 김용범 부위원장이 이번 사건의 신속 처리를 주문하긴 했지만, 신속성 못지 않게 절차의 공정성 등이 중요한 만큼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견 제출 내용을 봐야 알 것 같다”며 “신속성 뿐 아니라 충실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공문을 통해 금융위에 공식 요청하는 것과는 달리 금감원에 대해서는 직접 압박에 나서고 있다.
개별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의 결정에 반박하는 주장을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한편 카드뉴스를 제작해 투자자들에게 금감원의 잠정 결론에 대해 조목조목 대응하고 있다.
금감원도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 사전통지서 발송을 공개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감리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는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간 회계 감리 결과를 놓고 한 번도 파열음이 없었던 금융당국과 재재 대상자가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로 결정 날 경우 과징금과 징계가 문제가 아니라 삼성 내 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발목이 잡히게 된다. 자칫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치 산정 문제에 이어 지배구조로 확전될 경우 걷잡을 수가 없다. 금감원도 물러서지 못한다. 회계감리의 신뢰가 깨질 경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현재 진행 중인 감리 절차와 관련해 1일 금감원으로부터 조치 사전통지서를 전달받았으며 그에 대한 보안에 유의하라는 내용도 함께 통보받아 언급을 자제해왔다”며 “이어 3일에는 ‘통지서 내용을 사전 협의 없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공문을 추가로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사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까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이 통지서 발송을 언론에 사전 공개하고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거나 실제 통지서에 게재된 ‘조치 내용’ 등이 확인 절차 없이 금감원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사화되고 있다”면서 “시장과 투자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감리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인 민감한 사안에 대해 관련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노출되고 있는 상황에 크나큰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식 입장문 외에도 자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각각 입장문과 카드뉴스를 게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세에 “감리 결과를 노출한 적이 없다”며 적극 방어에 나서고 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중대한 사안이라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에 영향을 덜 미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한 끝에 조치 사전통지서 통지 부분만 언론에 알렸다”며 “확정이 안된 감리 결과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성·박성규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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