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남북경협 재개에 대비해 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팀(TFT)’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출범하는 남북경협사업TFT에는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와 그룹전략기획본부장이 대표위원으로 실무를 지휘하고 현대엘리베이(017800)터·현대UNI·현대글로벌·현대투자파트너스 등 전 계열사 대표들이 자문역할로 참여한다. 또 실무조직으로 현대아산 남북경협 운영부서와 현대경제연구원 남북경협 연구부서, 전략기획본부 각 팀 등이 남북경협사업의 주요 전략과 로드맵을 짜게 된다. 남북경협TFT는 앞으로 매주 1회 정기 회의를 열고 사안 발생 시 수시로 회의를 소집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된다고 현대 측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은 우선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기존 사업의 분야별 준비사항과 예상 이슈를 점검하고 북측과 맺은 7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토대로 앞으로 전개될 다양한 남북경협사업을 검토하게 된다. 아울러 그룹 내 남북경협을 전문으로 하는 현대아산도 대표이사를 팀장으로 하는 ‘남북경협재개준비 TFT’를 별도로 구성해 관련 조직 정비 등에 들어갔다.
현 회장은 이날 TFT 출범에 맞춰 임직원들에게 “남북경협사업을 통해 남북 화해와 통일의 초석을 놓고자 했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故)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잘 받들어 계승해 나가자”며 “남북경협사업 선도기업으로서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중하면서도 주도면밀하게 사업재개 준비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금강산·개성관광, 개성공단은 물론 향후 7대 SOC 사업까지 남북경협사업 재개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TFT가 현대그룹의 핵심역량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남북경협사업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애초 현대그룹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만 하더라도 남북경협 재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 현 회장은 남북 정상회담 전 임직원에게 “회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남북 교류의 문이 열릴 때까지 담담하게 준비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경협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남북 정상회담 결과뿐만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유엔제재 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류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아직 북미 정상회담 등이 남아 있지만 준비 작업에 만전을 기하는 차원에서 남북경협TFT를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안팎에서는 남북경협이 기대대로 급물살을 탈 경우 현 회장의 방북 등도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 회장은 남북경협이 한창이던 2005~2009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네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11년 12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안면을 텄다.
현 회장은 지난해에도 8월4일 고(故) 정몽헌 회장 기일과 11월18일 금강산 관광 시작일에 맞춰 북한 방문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현 회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15년이 마지막이다.
한편 올해는 1998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하고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현대그룹은 금강산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 개성관광 등 20여년간 남북경협을 선도해왔다. 2000년 8월에는 현대아산이 북측과 합의해 철도·통신·전력 등 7대 SOC 사업권을 획득하고 원산·통천지구 협력사업 개발에 관한 합의서도 맺었다.
하지만 2008년 남북 관계 경색으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중단 전까지 금강산 관광객 195만명과 개성 관광객 11만명을 유치했다. 현대아산도 남북관계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왔다. 2007년 영업이익 197억원을 올린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 적자로 돌아서 지난해 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임직원도 2008년 당시 1,084명에서 15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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