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신소재·인공지능(AI)·핀테크 등이 중국 벤처캐피털(VC)이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는 영역입니다. 단순히 신(新)기술을 보유했다고 투자 매력도가 높은 것은 아닙니다. (어느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이 높은 독자 기술을 보유해야 합니다.”
8일 중국 VC 업계 1세대로 통하는 신중리터우즈의 류자오천(사진) 총경리는 투자하고 싶은 이상적인 회사의 최우선 자질로 ‘독보적 기술’을 꼽았다. 류 총경리는 서울포럼2018의 부대행사인 한중 비즈니스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 9일 오전 ‘중국 VC의 투자 동향’ 등에 대해 기조연설을 한 후 한국 기업들과 투자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류 총경리가 몸담고 있는 신중리는 중국 VC 업계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로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외화 펀드, 5,100억원 규모의 중국 펀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벤처기업에 투자한 바 있다. 현재까지 가장 주목받는 투자 사례는 바이두와 소후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현재 중국 인터넷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대표 기업이다. 지난해에도 전기자동차 기업인 ‘웨이라이’에 6억달러(6,460억원)를 투자하는 등 매번 통 큰 투자로 주목받았다.
류 총경리는 “산업군 안에서도 틈새시장을 독점한 기업에 (중국 VC는) 투자할 것”이라며 “단순히 ‘차세대 자동차’ 분야가 아니라 핵심 소재와 부품, 설비를 구체적으로 갖춘 ‘기술 혁신형 기업’에 매우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중국에는 온갖 서비스가 다 있는 만큼 원천기술·콘텐츠·브랜드 등 차별화된 독자 기술이 없으면 중국에서 생존할 확률이 없고 결국 중국 VC의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진입 장벽이 높은 ‘독보적 기술’ ‘세세한 기술’을 강조하는 데는 한층 똑똑해진 중국 자본이 한몫한다. 중국 VC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으로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미국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면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현지 첨단 스타트업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해 협력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전문 매체 터우쯔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VC 투자액은 2013년 대비 15배가 증가한 380억달러(약 40조9,7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해 미국의 VC 투자액인 670억달러(약 72조2,300억원)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하지만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비중을 늘리며 글로벌 투자 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터우쯔제에 따르면 전 세계 1억달러 이상 투자 프로젝트 비중이 2007년 8%에서 지난해 50%로 급증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 비중은 중국 VC가 세계 1위 미국을 추월하기도 했다.
류 총경리는 끝으로 “아시아태평양 시장,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더 많은 (진출) 기회를 얻으려면 이미 충분히 거대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한국 시장에 초점을 맞춰 산업 자본 투자를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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