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면서 이란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고 국제 유가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9일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의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미국의 협정 탈퇴 직후 소폭 하락했으나 원유 공급 차질,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핵협정 탈퇴 직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9일 오전 3시 30분(한국 시간) 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2.4% 하락한 배럴당 69.06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반등해 오전 10시 70.63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국제금융센터는 이후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서면 유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봤다. 씨티은행은 핵협정 탈퇴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규모가 하루 평균 25만~35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35만배럴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평균 산유량의 1% 수준이다.
향후 공급 차질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씨티은행의 예상은 유럽이 미국의 제재 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것인데 실제로는 제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조치에 반발해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하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하는 등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유가에 ‘공포 프리미엄’이 붙을 우려도 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설명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도 이날 “핵협정 탈퇴에 따른 유가 변동은 미국의 이란 제재 강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제재 충격으로 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다음달 기름 수요가 높아지는 성수기에 진입하고 OPEC의 원유 감산이 연장될 경우 상승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제재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기업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의 경우 관련 당사국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므로 재개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이란산 원유수입을 상당한 규모로 감축한 국가에 대해 제재 적용을 유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상당한 규모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핵협정 탈퇴를 확정하는 데에도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이란핵협정 검증법에 따르면 탈퇴를 확정하려면 이란이 협정을 불이행했다는 증거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절차와 관계국과의 협의를 건너뛰고 이란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하면 한국에도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물가·달러·금리 등도 올라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고 국내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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