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큰 손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광화문 사옥을 인수한다. GIC는 과거 옛 아시아나 빌딩(현 프라임타워)를 인수하기도 했다. 또 GIC는 과거 현대그룹이 사옥으로 개발하다가 매각한 강남파이낸스센터(GFC)에도 투자하는 등 국내 대기업과 인연이 깊다.
10일 산업계 및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GIC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가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 투자자로 참여한다. 앞서 지난 9일 금호아시아나는 도이치자산운용과 광화문 사옥을 4,18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GIC와 CPPIB는 도이치자산운용이 설정하는 부동산펀드에 투자자로 참여하며, 전체 지분 금액 중 절반씩 출자할 예정이다. ★본지 3월15일자 12면 참조
이번에 GIC가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의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GIC와 금호그룹과의 인연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2000년에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프라임타워(옛 아시아나빌딩)을 GIC에 매각한 바 있다.
GIC는 금호 외에도 여러 국내 대기업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외국계 투자자 1세대로 분류되는 GIC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으며,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국내 대기업들이 매물로 내놓은 우량 자산들을 인수해 큰 수익을 거뒀다. 강남파이낸스센터(GFC)가 대표적이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애초 1990년대 중반 현대그룹의 사옥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으나 IMF 외환위기로 현대그룹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강남파이낸스센터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약 6,300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아이타워(I-Tower)’에서‘스타타워’로 바뀌었으며 2004년 말 GIC가 사들였다. 이후 빌딩 이름도 스타타워에서 강남파이낸스센터로 바꼈다. 또 광화문의 랜드마크인 서울파이낸스(SFC)의 경우 롯데관광이 추진하던 개발사업이었으나 IMF 외환위기 이후 매물로 나오면서 GIC가 2000년에 인수했다. 특히 GIC는 강남파이낸스센터와 서울파이낸스센터와 같이 서울 핵심 입지에 위치한 우량 자산을 인수한 후 장기 보유하면서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투자 전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그간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굵직굵직한 행보를 보여온 GIC가 이번에는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을 인수하면서 다시 한 번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8년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에 세워진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은 지하 8층~지상 29층, 연면적 6만695㎡ 규모의 우량 오피스 빌딩이다.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그룹의 500년 미래를 내다보고 공을 들여 지은 건물로 알려져 있다. 리곡선 GIC 부동산부문 최고운용책임자(CIO)는 “GIC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으며, 이번 투자는 한국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며 “우수한 입지에 위치한 우량 오피스 빌딩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이 장기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금호아시아나는 이번에 광화문 사옥을 매각하면서 1년 단기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호아시아나는 내년에 사옥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 맞은편에 위치한 대우건설 사옥이 유력하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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