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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행복한 100세시대]원리금 보장, 물가상승 감안땐 사실상 손실...해외 주식 분산투자 등 고려를

노후 대비 자산에 투자가 필요한 이유

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




노후를 위한 금융자산은 원금 손실 없이 안전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있다. 주식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조차 노후자산은 예금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투자를 하더라도 안정형 상품에 두고 싶어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주요 금융지표 대비 퇴직연금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중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은 1.49%, 정기예금 금리는 1.65%,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다. 반면 퇴직연금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6.58%다. 아직까지 퇴직연금 가입자 절대 다수(91.6%)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택하고, 노후자산도 예금상품에 주로 의존한다.

물가상승률이 1.9%인데도 금리 1.65%의 정기예금에 맡겼다는 것은 이자를 받으며 원금을 보존한 것이 아니라 현금을 방치해서 0.25% 가치를 잃었다는 의미다. 워런 버핏이 “예금이 가장 위험한 상품”이라고 말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노후 준비 자산처럼 수십 년을 관리해야 하는 자금은 세월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하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돈을 ‘모아두는’ 수준이 아니라 ‘투자’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변동성이 많고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투자의 리스크는 시기·다양한 섹터의 분산을 통해 낮출 수 있다. 장시간의 준비를 요하는 노후자산 관리야말로 예치보다는 투자에서 보다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투자의 대상을 해외로 넓혀야 한다. 글로벌 주식 시가총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97.9%의 시장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해외 시장을 잘 모른다면 이미 분산투자를 하고 있는 상품을 골라봐도 좋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계좌로 가입 가능한 타깃데이트펀드(TDF)는 은퇴 시점을 목표로 잡고 생애주기에 따라 자산을 배분해주는 펀드다. 자산 종류별, 국가별 배분뿐만 아니라 위험 자산 비율도 적절하게 맞춰주면서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때문에 금융지식이 없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 TDF는 최근 1년새 판매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해외 투자가 부담스러워 굳이 국내에만 투자하고 싶다면 예적금보다 주식배당투자를 권한다. 지난해 코스피 배당수익률은 2.5% 수준으로 정기예금 금리(1.65%)를 넘어섰다. 배당 매력도가 높아지는 좋은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세상의 변화를 잘 수용한 기업의 성장을 내 투자수익에 반영한다는 의미이다.

노후 자금은 수십 년 동안 일해 꾸준히 불입한 소중한 돈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원리금 보장 상품은 안전보다는 정체에 가깝다. 요즘처럼 산업과 트렌드가 변화무쌍해 투자할 기회가 무궁무진한 세상에서 정체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뒤처지는 것이다. 안전하다는 믿음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차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소중한 노후 대비 자산만큼은 우물 안에 가두지 말았으면 한다. 투자는 생각보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번거롭지 않은 투자를 도와줄 것이다. 생각의 각도를 조금만 바꾸면 노후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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