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한국 수출 다변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호무역주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수출 다변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12일 발표한 ‘중소기업 수출 다변화, 성과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수출 다변화에서 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2017년 중소기업의 수출 품목은 9,613종을 기록하며 2015년에 비해 434개 늘었다. 대기업이 지난해 5,544종의 품목을 수출하며 같은 기간 18개 품목 증가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비슷하게 중소기업은 2016년부터 2년 연속 수출대상국을 늘리고 있지만, 대기업은 2017년을 제외하면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대기업은 221개국에 상품을 수출했지만, 중소기업은 234개국에서 수출 실적을 거뒀다.
중소기업 수출 실적은 양·질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1,000억달러를 회복하며 전년대비 6.6% 성장을 보였다. 품목 다변화도 포착됐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10대 수출품목은 332억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2016년 대비 6.4% 증가했지만,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1.3%을 보이며 같은 기간 0.1%p 감소했으며 2013년(32.8%)에 비해선 1.5%p 줄었다.
중소기업의 전통적인 거래처인 중국·미국·일본을 아세안(ASEAN)이 대체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2017년 중국·미국·일본으로의 중소기업 수출 비중은 각각 22%, 11.2%, 9.3%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0.6%, 0.3%, 0.4%씩 줄었다. 반면 지난해 아세안으로의 수출은 2016년에 비해 16.7% 늘어났다. 특히 베트남은 전년대비 31% 증가한 국내 중소기업 수출액을 기록하며 미국을 제치고 2위 수출대상국으로 부상했다.
홍 연구위원은 정부정책이 중소기업의 수출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통해 중소기업의 현지진출을 지원하고, 동남아 6개국을 대상으로 유튜브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중소기업 마케팅을 촉진한 게 효과적이었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해외네트워크와 진출 노하우를 중소기업과 공유하도록 해 대·중소기업 동반진출 확대를 추진한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갈수록 심해지는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중소기업 주도의 수출 다변화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역내시장 진출을 위한 국가별 차별화 정책을 추진하고 ODA(공적개발원조)와 FTA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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