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금 혜택을 등에 업고 가입 열풍이 불었던 해외주식형 비과세 펀드 수익률이 올 들어 급락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금을 싹쓸이했던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신흥국 증시 하락 여파로 곤두박질치며 고전하고 있는 것. 세제혜택 일몰을 앞두고 연말에 몰려든 가입자들은 수익은커녕 마이너스 수익률에 울상 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성장성이 유지된다면 길게 보고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과세 혜택을 노리고 연말에 해외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률이 수직 낙하하면서 손실을 보고 있다. 해외 주식형 비과세 펀드 가운데 자금의 절반 가까이 끌어모았던 공룡 펀드의 대부분이 중국이나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로, 최근 이들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곤두박질쳤다.
비과세 해외주식형 펀드는 세제 혜택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11월까지 잔액 기존 4조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률과 세제혜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효자 상품으로 통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한 달에만 거의 9,000억원이 유입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판매규모 상위 10개 펀드의 판매 잔고가 1조7,585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고, 중국과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가 다수를 차지했다.
올 들어 중국과 베트남 주식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지난해 가입 막차를 탄 고객들 대부분은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수익률이 82.58%에 달했던 KTB중국1등주증권 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3.17%로 급감했다. KB통중국고배당증권도 지난해 11월 기준 62.54%에서 연초 이후 4.59%로 수익률이 주저앉았다. 이 펀드도 중국과 홍콩시장에 각각 72%, 25%로 대부분을 투자한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가 지난해부터 지난 2016년부터 올해 1월까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으나 이후 단기 급등한 후 등락을 거듭하며 고전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1만4,000에 육박했던 지수는 지난 11일 1만2,345로 낮아졌다. 중국관련 펀드에선 올 들어 1,408억원이 유출돼 지역 펀드 중 가장 큰 유출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2,700억원 넘는 자금이 쏠리며 설정액 1위를 기록한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도 작년 11월 기준 41.61%이던 수익률이 올 연초 이후 3.47%다. 심지어 1개월 수익률은 -12.58%다. 지난달 9일 1,204.33으로 전고점을 돌파했던 베트남 VN지수가 한 달 만에 11% 이상 폭락하면서 하락분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자금 유출이 더 속도가 붙을 경우 이들 펀드 수익률은 한동안 고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이달 4일까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회수한 자금은 55억 달러(약 5조9,000억 원)에 이른다. 2013년 미국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던 ‘긴축 발작’ 때보다 더 빠른 이탈 속도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길게 보고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최근 베트남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지만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베트남 등 신흥시장의 경우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섰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성장잠재력이 탄탄한데 단기적으로 접근했다간 증시 하락기에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연말 이후 고점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섣불리 환매하기 보다는 국가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의 경우 제조업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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