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發) 일자리 대란을 막기 위해선 신산업 일자리를 발굴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을 높이는 등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원의 김건우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의 경제학자 프레이, 오스본 교수가 개발한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방법을 한국에 적용시켜 노동시장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전체 일자리 43%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취업자 약 2,660만명 중 1,136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사무직과 판매직, 기계조작·조립 등 3대 직종이 자동화에 취약했다. 사무직은 취업자의 86%, 판매직 78%, 기계조작·조립은 59%가 고위험군에 해당됐다. 사무직의 경우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FA)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로봇이 서류 분석, 보고서 작성부터 인사 채용까지 담당하는 기술이다. 판매직 역시 통신서비스 판매원, 텔레마케터, 인터넷 판매원 등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세 직업은 자동화 고위험 직업 1~3위를 차지했다.
흔히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전문직은 자동화의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되지만 연구 결과는 달랐다. 전문직 가운데서도 회계사·사무사·감정평가 전문가·손해사정인 등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것이다. 특히 회계사와 세무사는 일자리 대체확률이 95.7%에 이르렀다. 분석 대상 423개 직업 중 19~20위에 해당한다. 김 연구위원은 “회계사나 세무사가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도 일정한 메뉴얼에 따른 반복적 성격이 강하다면 자동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보건, 교육, 연구 등 사람 간의 의사소통이나 고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은 자동화 위험이 낮았다. 영양사(0.4%), 전문 의사(0.4%), 장학관·연구관 등 교육 관련 전문가(0.4%), 교육 관리자(0.7%) 등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 물결은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나 최근 수년간 비약적인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고용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해 노동 시장의 유연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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