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엑시온 대표·전 베인&컴퍼니 한국대표
필자는 한국인들이 컨트롤 타워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항상 놀란다. 우리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못되거나 조정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방향과 목적을 세웠을 때 국민들이 떠올리는 첫 번째 개념은 컨트롤 타워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를 내려다보고 우리 주변의 교통을 침착하고 안전하게 통제하는 존재를 너무 좋아한다.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처럼 크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정치 정책과 원칙을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를 원하는 것도 아이러니다. 그것이 부동산 가격, 실업 문제, 무역 정책, 심지어 북한 관련 문제인 경우라도 우리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를 주변에 두고 싶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이 알지 못하는 것은 컨트롤 타워는 일을 빨리 해결하고 완수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오히려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저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컨트롤 타워 해결책이 종종 더 많은 비용이 들고 허용된 시간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강력한 컨트롤 타워를 가진 조직들은 대부분 위에서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는 한 새로운 시작을 꺼리며 실행만 강조하는 문화에 따라 강제된 전략적 사고력의 부족과 위험 회피 성향, 그리고 현장에서 다른 선택 옵션과 갈등 해결을 관리하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당면한 과제 중 하나는 경영 환경이 휘발성 있으며 불확실하고 복잡하고 모호한 ‘VUCA(Volatile, Uncertain, Complex and Ambiguous)’ 시대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경이 다시 변하기 전에 모든 정보를 컨트롤 타워 위주로 수집하고 분석하고 해결책을 개발하고 조직과 소통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조직 솔루션으로 ‘애자일’이라는 개념이 있다. 신속한 변화를 관리하게 만든 조직으로 규모는 작지만 명확한 보고 라인이 없는 고도로 자율적인 조직이다. 이런 아메바 같은 형태의 조직은 스스로 필요한 사람들을 고용하고 상부에서 명령을 받기보다 그들 자신이 방향을 정한다. 애자일은 페이스북·트위터·아마존·에어비앤비 등 성공적인 기업이 적용하고 있는 조직 모델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애자일 모델이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필자는 도입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애자일 개념은 우리 국민 정서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필자는 또한 생각한다. 아이 방에서 작은 불이 났을 때 그 아이가 119에 전화할 수도 있고 도망갈 수도 있고 요즘 우스갯소리로 청와대에 탄원서를 낼 수도 있지만 필자는 그 아이가 빨리 불을 끄는 사고와 행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문제 식별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가 필요하다. 이는 의사결정 권한을 조직의 밑으로 내려 사람들이 결정 사항을 멍하니 기다리지 않도록 할 때만 달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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