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암호화폐 거래소가 실제 보유하지도 않은 암호화폐(코인)를 있는 것처럼 거래하는 이른바 ‘유령코인’ 관행에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유령코인’ 거래가 장부를 허위로 기재하는 등의 사기 혐의가 묻어 있다고 본 반면 업계에서는 회계처리에 대한 규정이 없는데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15일 사정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유령코인 거래는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객이 암호화폐를 거래하면 거래소가 보관 중인 암호화폐를 사야 하는데 자본금이 부족한 후발 거래소는 고객의 수요예측이 어려워 정확한 암호화폐를 보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고객이 특정 암호화폐를 구매하면 장부상 암호화폐가 없더라도 지급하고 나중에 암호화폐를 채워넣는 식이다.
검찰은 회계기준에 맞춰보면 장부에 없는 암호화폐를 팔았기 때문에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은 금융당국이 지난 1월 조사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편법적인 운영 실태를 넘겨받은 뒤 위법 여부를 조사해왔다.
문제는 검찰이 유령코인 사기 혐의 적용으로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검찰은 업비트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실제 업비트는 130여종의 암호화폐가 거래되지만 일부 암호화폐의 경우 고객이 이를 보관해 다른 거래소로 옮기거나 입출금할 수 있는 지갑이 없다. 이 때문에 업비트가 실제 코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검찰은 거래소가 보유하지 않은 암호화폐를 고객에게 팔아 장부에 기록하는 행위는 전자기록을 위조한 것인데다 해당 매매에 관여한 고객을 속인 것이라며 유죄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검찰 수사 결과 업비트의 이 같은 관행이 사기로 입증되면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비트 측은 입출금 지갑이 없더라도 거래소에서 따로 보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서버 다운을 우려해 이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하는 유령코인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비트는 이 같은 의혹을 벗기 위해 거래소 내부장부에 기재된 코인과 실제 거래된 코인 간 차액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횡령에 대해서는 고객이 입금한 자금을 빼돌렸다는 점에서 엄중 처벌해야 하지만 업계의 열악한 환경에 따른 부실한 회계처리를 사기 혐의로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자금이 부족한 신생 업체인데다 명확한 규정도 없다 보니 회계법인을 통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회계처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암호화폐 거래의 회계처리에 대해 업계 내에서 합의된 방식이 없다”면서 “고객의 거래수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금력이 미약한 소형 거래소들이 비트코인을 미리 많이 보유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반발했다.
암호화폐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법리적으로 사기죄 적용이 타당한가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우선 암호화폐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암호화폐 관련 법이 제정되지 않은데다 현재 정부는 암호화폐를 화폐·통화 또는 금융상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회의적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검찰의 혐의대로 업비트가 실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이용자가 거래를 통해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기죄의 성립 요건인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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