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으며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나섰지만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핵심 주체는 추종이 불가능할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한 민간 기업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16일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4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정규직 임직원 수(삼성전자는 DS부문)가 총 7,724명 늘었다. 삼성전자가 4만4,979명에서 5만633명으로 무려 5,654명 늘었고 SK하이닉스는 2만2,543명에서 2만4,613명으로 2,070명이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2.5%와 9.2%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신규 채용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정부 정책 환경 속에서도 이들 두 기업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인력을 늘린 것은 메모리 반도체 호황과 이에 대응하는 대규모 투자의 결과물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덕에 지난 1·4분기에만 각각 11조5,500억원과 4조3,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풀 캐파를 가동하고 있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강한 수요 흐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분야 등 우수 엔지니어 인력은 오히려 없어서 못 뽑는 정도”라면서 “우호적인 시장 상황이 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도체 호황은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는 다시 고용을 유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7조3,000억원을 투자하며 평택과 화성에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을 깔았다. 한 해 전보다 투자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채용도 그만큼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1·4분기에만 생산설비 증설 등을 위해 4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전체 투자액이 10조3,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절반에 가까운 돈을 3개월 동안 쏟아부은 것이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기업 활동을 전폭 지원하고 이를 통해 고용과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정부가 기업 활동을 북돋는 정책을 내놓아도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데 규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 압박, 사정으로 오히려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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