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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스 가치, 해외서 더 높이 평가...회계논란 잠재울까

■노무라증권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23조"

"바이오시밀러 4종 상용화

임상3상 성공 등 경쟁력 높아"

회계부정 판단 최종 관문인

증선위에 영향 미칠지 관심





글로벌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23조원 수준으로 평가한 이유로 4종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이미 상용화에 성공했거나 임상 3상을 마친 뒤 각국 보건당국의 판매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통상 신약 개발과정에서 임상 3상을 완료하면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는 국제회계기준도 적용했다.

각국 보건당국으로부터 판매를 허가받는 상용화까지 이어지지 않았어도 임상 3상을 자체적으로 마쳤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 이상 경쟁력을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이는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일반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반영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카라 송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설비 노하우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정에 적용해 이미 신뢰성과 경쟁력을 증명했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셀트리온보다 뒤늦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했지만 글로벌 바이오기업 중 가장 많은 4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상용화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이 매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국내 증권사들이 평가한 것보다 높다는 것을 놓고도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1년 새 국내 증권사 7곳이 평가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균 기업가치는 20조1,645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이 15조3,930억원으로 가장 낮았고 IBK투자증권이 24조8,000억원이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평가한 금액이 낮은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낮다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일찌감치 시장에 진출한 셀트리온을 제외하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사실상 전무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매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딜로이트안진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5조2,000억원대로 평가한 것도 제품 상용화를 기준으로 삼는 회계법인의 보수적인 평가기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셀트리온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미국 바이오젠과의 전폭적인 협력을 발판으로 지난 2015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를 내놓았다. 이어 ‘플릭사비(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와 ‘임랄디(휴미라 바이오시밀러)’까지 선보이며 셀트리온과 함께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양분하는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는 유방암 치료제 ‘온트루잔트(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셀트리온보다 먼저 유럽에서 출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둘러싼 공방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논란의 최종 관문인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책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은 실체가 없는 바이오기업의 매출을 과도하게 평가했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어서다.

한국바이오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복제약이고 출시에 성공해도 정작 수익성이 떨어지는 짝퉁 제품으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것이 현실”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여부는 금융당국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안이지만 이번 사태가 바이오기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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