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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금융위기후 최악]잘못된 정책이 부른 '실업 재앙'...김동연도 "최저임금, 고용에 영향"

근로단축 등 일자리 역주행에 제조업도 얼어붙어

조선업 구조조정·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직격탄

'제조업 위축→고용하락→경기침체' 악순환 우려도

취업자 수가 10만명대에 그친 ‘고용 쇼크’가 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취업정보 게시판 앞을 대학생이 지나쳐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가 12만3,000명에 그치면서 3개월 연속 증가 폭이 10만명대에 머물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명대에 머물거나 뒷걸음질쳤다. 지금의 고용상황이 금융위기 후 최악이라는 뜻이다.

일자리 문제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사실상 예고됐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같은 일자리를 줄이는 정책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는 제조업 부진이 겹쳤다. 여기에 자동차·조선 구조조정까지 더해지자 고용대란이 온 것이다.



잘못된 정책이 부른 참사=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출석해 “개인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미친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찾기에는 시간이 짧다”면서도 “통계적으로는 그렇지만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서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은 고용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하루 전인 15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정책(일자리안정자금)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경제부총리 자신도 이를 부인해왔다. 그는 지난달 16일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근 고용 부진이 최저임금의 인상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통계상 기저효과와 조선·자동차 업종 등의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부진의 관계를 부인했다. 하지만 고용부진이 3개월째 이어지자 ‘인정’으로 선회했다. 청와대와 경제수장의 오판의 대가는 너무나 크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달 2만8,000명 줄며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연속 취업자가 감소했다. 도·소매업에서는 6만1,000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교육서비스업은 학생 수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10만6,000명 줄었다. 3개월 연속 ‘고용 쇼크’가 온 것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속도가 지나치게 빨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경펠로인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최저임금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단축 등 전반적인 정부 정책이 노동비용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확히 몇 퍼센트 영향을 줬다고 발라내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정책이 고용을 압박하는 요소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의 기저효과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결국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줄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 꺾이자 일자리도 침몰=제조업 부진도 고용난에 한몫하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69.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생산도 하락세다. 2월에 전년 같은 달보다 7.8% 감소세로 전환한 뒤 3월에도 4.7% 줄었다. 3월 제조업 생산 감소는 자동차(-12.5%)와 조선업이 대부분인 기타운송장비(-20.0%) 부진 탓이 크다. 이 때문에 ‘제조업 부진→고용하락→경기침체’로 가는 악순환의 고리가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제조업 생산지표 악화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쳐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도 한 원인이다. 지역별로 보면 구조조정 지역인 울산, 전북, 경남 등이 고용 지표가 나빠졌다. 울산과 전북, 경남의 고용률은 각각 전년 대비 1.1%포인트와 0.9%포인트, 0.6%포인트씩 떨어졌다. 세 지역의 실업률은 각각 2.3%포인트, 0.3%포인트, 0.5%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평균 고용률과 실업률이 각각 0.1%포인트씩 하락한 것과 차이가 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영향에 주력산업인 제조업 위기가 지속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부진한 것”이라며 “수출도 반도체를 빼고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고용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노동 부문 개혁이나 산업구조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최 전 원장은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지금과 같은 산업구조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나올 데가 없다”며 “구조조정을 포함해 신산업 육성 등 산업 개편을 해야 하며 노동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 오나” 비관론 고개=문제는 고용악화를 경기침체의 신호로 볼 것이냐다. 이대로라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만명대가 아닌 1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를 고려하면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많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지난 14일 “여러 지표로 봐 경기는 오히려 침체기에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를 두고 부총리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주요 인사들의 경기상황에 대한 입장이 엇갈려 국민들과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상승세는 꺾였다”며 “연말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만명대는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계속 둔화하는 추세여서 추가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경기는 반도체 시황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 호조로 이 같은 모순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고 경기침체 국면이 닥칠 경우 우리 경제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엔저나 재고 증가, 설비투자 감소 등을 볼 때 늦어도 내년 4·4분기 반도체 업황이 꺾일 수 있다”며 “이 경우 경제성장률이 3%를 훨씬 밑돌 수 있는 만큼 규제 혁파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진혁·박형윤·빈난새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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