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시장의 개별 사업자 최대 점유율을 제한한 이른바 ‘합산규제’의 다음달 27일 일몰을 앞두고 업체 간 ‘기(氣)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6·13 지방선거 등 대형 정치 행사를 앞두고 논의 주체인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입법 과정에서 더 유리한 조항을 반영하려는 시장 1위 기업 KT(030200)와 나머지 방송 사업자 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대표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0일 특정 기업이 전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방송법·IPTV법의 규제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규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점유율 30.5%를 차지한 KT 계열사(KT IPTV+KT스카이라이프(053210) 위성방송)를 겨냥한 것으로, 2015년 6월부터 3년 동안만 시행하는 조항으로 도입됐다. 당시 국회가 시행 기간을 둔 이유는 이후 방송법과 IPTV법 등을 합치는 ‘통합방송법’ 논의가 이뤄지면서 합산규제 방안도 자연스럽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엮이면서 통합방송법 제정 논의 자체가 중단된 탓에 합산규제도 손 쓸 겨를 없이 곧 일몰을 맞이하게 됐다는 점이다. CJ헬로(037560)를 비롯 딜라이브·티브로드 등 케이블TV 업계와 SK브로드밴드(SK텔레콤(017670)) 및 LG유플러스(032640)와 같은 나머지 IPTV 사업자는 합산규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합산규제가 사라지면 1위 사업자인 KT의 영향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상혁 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국장은 지난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KT의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 사업자여서 합산규제가 사라지면 이론적으로는 모든 가입자를 100% 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 “결국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게 돼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는 합산규제가 국회의 처음 합의대로 시행 기간이 끝났으면 종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규제 완화를 통해 방송 사업자 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유일한 위성방송 사업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제도 변화에 따라 언제든 경쟁 업체가 등장할 수 있고 케이블TV 및 다른 IPTV 사업자와 똑같이 방송법 규제를 받는데 독과점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사용자의 편의성과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종합해 국회에서 합산규제 일몰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논의 주체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산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후 열린 적이 없다. 국회 과방위 소속의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명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보완 입법 논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현안질의 요구를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은 채 ‘원 포인트’ 성격으로 합산규제 안건만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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