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에 따르면 국내 소아 고혈압 환자는 전체 소아의 3% 수준으로 늘었다. 소아 비만이 증가하면서 고혈압에 걸리는 소아 환자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만 1~18세 사이의 소아·청소년 중 혈압이 상위 5% 이내일 경우 소아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소아 고혈압의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선천적으로 심장에 질환이 있는 어린이가 소아 고혈압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별다른 질환이 없어도 고혈압에 걸리는 비중이 늘고 있다. 나쁜 식습관이 소아 고혈압의 주범으로 꼽힌다. 특히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 소아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세배에 달한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유아에서 청소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중증 고혈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혈압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은 주로 중년 이후에 발생하지만 동맥경화는 청소년기에도 발병할 수 있다.
소아 고혈압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다른 질환이 나타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아 시기부터 고혈압을 방치하면 성인이 돼서도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급속도로 높아진다. 이 때문에 미국은 만 3세부터 모든 소아의 혈압 측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소아 고혈압의 치료는 나이와 체중에 따라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제를 우선 복용하는 성인과 달리 식사요법이나 운동요법 같은 비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비만인 경우에는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아 고혈압 환자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생활습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여름철에 권장온도 이하로 에어컨을 튼다거나 냉수로 샤워를 자주 하면 혈관이 수축해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야외활동을 할 때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수면시간이 고혈압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도 고혈압 예방에 도움이 된다.
최진호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는 “성장기 소아는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한데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소아 고혈압은 성인이 돼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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