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3일 이 같은 내용의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현재 2,000억원 규모인 동산담보시장을 오는 2022년까지 6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창업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기 중소기업들은 담보로 잡을 자산이 없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고 어쩔 수 없이 신용대출을 일으켜도 고금리 적용을 받기 때문에 창업 후 이른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동산금융이 활성화되면 대출 가능금액이 늘어나고 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의 대출 가능금액이 평균 2억6,000만원 상승하고 금리는 기존 6.0%에서 3.3%로 2.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동산금융시장의 단점을 막을 수 있는 조치도 대거 내놓았다. 금융위는 지난 2012년 이미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했으나 이듬해인 2013년 동산(기계·설비) 실종사건이 발생해 은행이 손실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취급액이 한 해 2,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은행권 공동으로 동산 감정평가법인 풀(pool)을 만들어 정확한 가치 평가를 돕는 한편 기계·설비 IoT 센서를 달아 이동 및 훼손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동산이 법원 경매가 아닌 사적 매매시장에서 원활히 거래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개선하는 한편 담보권자(은행)가 미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동산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에도 자동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급자인 은행에 대해서는 동산담보대출에 대한 특별 지원 자금을 연간 2,000억원 지원하는 한편 우수 동산에 대해서는 담보인정비율을 현행 40%에서 60%로 상향하는 방안도 허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담보 관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산담보) 확인하러 직원이 매일 공장으로 출근할 수도 없는 게 아니냐”며 “동산에 대한 가치산정을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와 담보가치가 시시각각 바뀌면서 담보를 잡아 놓고도 가치가 하락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4년 내 동산담보시장을 6조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장밋빛 전망”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이후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실행된 정책은 중소기업 대출 때 금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와 이번에 발표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조치 정도에 그친다며 지금부터는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일범·김민정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