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2차 감리위원회를 앞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국제회계기준(IFRS)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혀 제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모두 IFRS를 근거로 공방을 벌이는 만큼 IFRS의 해석 여부가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의 큰 틀에서 문제가 없는 한 기업의 자율적 판단을 중시하는 IFRS의 특성을 고려하겠다는 발언이 삼성바이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IFRS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 금융당국의 당연한 역할인 만큼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지난 18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IFRS가 도입된 지 8년이 됐는데 아직 기업들은 IFRS가 강조하는 원칙 중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회계 기준 적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감리 결과 조치는 원칙 중심인 IFRS 특성을 적극 고려해 구체적 회계 처리가 불분명할 때 일방적 위법성 판단을 지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리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상정돼 회계처리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온 A기업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A사는 지정감사인의 요구에 따라 정정공시를 하고 감리를 받은 후 그 조치안이 증선위에 상정됐으나 증선위는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A사의 회계처리가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회계학자들의 입장이 갈린다. 이번 사태는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평가 방식을 전환하면서 불거졌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5년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세계 최초로 판매승인을 획득하며 가치가 증가함에 따라 IFRS에 의거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위해 지불하는 금액보다 실제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큰 ’깊은 내가격‘ 상태로 바뀌게 됐다고 판단해 회계적으로 콜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처리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바이오에피스 지분의 ‘50%-1’을 바이오젠이 소유하게 돼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 양사 모두 이사회 의사결정을 위한 지분률인 52%를 확보하지 못하고, 이사회 역시 동수로 구성하게 돼 있어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변경해야만 한다는 것이 삼성바이오의 주장이다.
삼성바이오는 특히 이 과정에서 국내 ‘빅4’로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의 객관적 의견을 충실히 반영했고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이나 글로벌 기업 론자 등 피어(동료) 그룹 분석도 진행해 결정한 만큼 회계처리의 원칙을 지켰다고 설명한다.
삼성바이오가 IFRS를 준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 회계사는 “삼성바이오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칙을 강조하는 IFRS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들의 혼란을 줄여주겠다는 원칙적인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회계사는 “최 위원장의 발언은 사후제재 방식에서 사전제재 방식으로 감독집행방식을 선진화하겠다는 부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 최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기업이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을 실무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회계기준원 등 책임 있는 기관이 중심이 돼 회계기준 해석이나 지도 기준을 활발하게 제공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5일 열리는 2차 감리위원회에서 IFRS 준수 여부를 놓고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감리위는 양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일 수 있는 대심제로 진행되는 만큼 한 치 양보 없는 논리전이 예상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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