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역대 최대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급증했다. 이처럼 가구 소득이 양극화하면서 소득분배지표는 2003년 이후 가장 최악으로 악화했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해고가 늘면서 주로 저소득층의 고용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도 시험대에 오른 양상이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최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은 128만6,7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 줄어들었다. 이런 감소 폭은 2003년 통계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크다. 반면에 소득 최상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은 1,015만1,700원으로 9.3% 증가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폭 늘었다. 이로써 소득 분배 상황은 역대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올해 1분기 전국 가구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 이상 가구)은 5.95배로 1년 전(5.35배)보다 0.60 상승했다. 2003년 통계집계 이래 최악의 수치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이나 사회보장부담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 지출할 수 있는 부분을 뜻한다. 5분위 배율은 소득상위 20%의 평균소득을 소득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그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배가 불균등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소득 5분위 배율은 2016년 1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증가(소득분배 악화)하다 작년 4분기에 비로소 감소(소득분배 개선)세로 전환됐으나, 1분기 만에 다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통계청 김정란 복지통계과장은 “고령화에 따라 퇴직 가구가 1분위에 많이 편입되면서 소득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상용직, 40∼50대가 중심인 5분위는 임금인상 덕에 소득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전 분위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지, 특정 분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유발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분위만 소득이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해고당한 사람들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복지와 분배는 좋지만, 정부가 부작용을 간과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가계의 실질소득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1분기 가계소득(명목·2인 이상)은 476만3,0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7% 늘었다. 이로써 2015년 3분기 이후 0% 증가율에 머물렀던 가구 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3%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명목소득이 늘면서 실질소득도 1년 전보다 2.4% 증가해 2분기 연속 증가행진을 기록했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4분기에 2015년 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마이너스 곡선을 그리다가 9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소득유형별로 보면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320만4,700원으로 1년 전보다 6.1% 늘어났다. 2016년 4분기 0%대로 떨어진 근로소득 증가 폭은 3분기 연속 1%대를 전전하다가 지난해 3분기 1%대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4분기 다시 0%대로 밀렸었다.
사업소득은 5.7% 늘어난 90만4,800원이었고 재산소득은 2만2,300원으로 3.4% 올랐다. 이전소득은 58만9,600원으로 12.4% 늘어났다. 비경상소득은 79.2% 줄어든 4만1,500원이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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