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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저격'해 온 김상조, 박현주 내려 앉게 했나

[미래에셋 회장직 퇴진 뭔일 있었길래]

통합감독 앞두고 지배력 낮춰

소유·경영분리 첫 단계 해석도

지배구조개혁 무리한 적용 지적도





박현주(사진)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국내 경영에서 2선으로 물러나며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히지만 경영지배력을 낮춰 정부의 지배구조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특히 금융그룹통합감독을 앞두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큰 그림을 기획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과거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줄곧 ‘최악의 지배구조’를 가진 대기업으로 미래에셋을 지목했던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그룹통합감독을 앞두고 경영지배력을 낮춰 평가 잣대 자체를 달리 받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24일 미래에셋그룹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마련할 금융그룹통합감독 실태평가 매뉴얼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경우 평가 잣대를 달리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실태평가는 금융그룹 내 자본이 부풀려지거나 위험이 전이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대표이사가 대주주인 경우 사익 추구를 위해 계열사를 동원할 가능성이 더 높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006800)의 회장인 동시에 미래에셋대우의 대주주였다. 이번에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박현주-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대우’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대주주로만 남을 뿐 경영지배력은 확연히 낮아진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통합감독 모범규준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대표회사로 지정된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대주주인 박 회장에 의한 그룹 내 위험 전이 가능성을 통제해야 한다”면서 “(회장직에서 물러나) 학계 일각에서 주장하듯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면 비교적 위험 전이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주주가 회장 등의 직책으로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면 대주주로 인한 위험 전이 가능성이 높지만 전문경영인제도를 도입한다면 이 같은 우려는 다소 해소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2선 퇴진이 이러한 계산을 바탕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고 지난 23일 글로벌경영전략고문으로 선임되면서 “국내 경영은 전문가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최현만 수석부회장, 조용기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등 전문경영인이 전담한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필요에 따라 국내 기업에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는 김상조 위원장의 지적과도 맥을 같이한다. 김 위원장은 학자 시절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다른 재벌들이 써온 각종 편법을 총망라한 것”이라면서 “몇 대 째 내려온 다른 재벌그룹에 비해 훨씬 후진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의 개인 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미래에셋캐피탈을 통해 각종 상호출자 방식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를 강하게 질타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후에는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3·4세 경영승계로 인한 지배구조 문제를 창업자인 박 회장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지배구조에 강한 비판을 해온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미래에셋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미래에셋그룹의 비금융계열사인 ‘부동산114’와 ‘브랜드무브’ 등을 문제 삼으며 미래에셋그룹의 부동산114 매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을 직접 감독하는 금융당국자들 사이에서도 미래에셋은 업계를 선도했다는 우호적인 평가와 편법적인 영업과 투자활동을 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에 대해 특혜도, 차별도 없다”면서도 “현행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던 행태라는 지적은 1등 기업인 미래에셋 스스로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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