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금융 국제화의 현황과 과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한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들이 해외 진출 전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산하에 글로벌 자문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위원은 “은행 이사회가 해외 영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는 어려우니 이사회 내부에 ‘글로벌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지 상황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을 고용해 해외 점포의 여신심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베트남 진출을 핵심 해외 전략으로 삼고 있다면 베트남 현지 기업들을 잘 아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를 두고 이들을 통해 현지 기업에 대한 여신심사 등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 위원은 일본의 미쓰비시UFG파이낸셜그룹(MUFG)의 사례를 들었다. MUFG는 해외 수익의 비중이 전체 당기순익 중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글로벌 자문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고 이 자문위는 순수 외부 전문가 6명으로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서 위원은 또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중동 리스크 등으로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신흥국 경제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아이러니하지만 국내 은행이 이 시기에 해외에 진출하는 게 오히려 조기 정착에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우리나라도 1997년 금융위기 때 해외 은행들이 다수 들어왔다”며 “(이런 시기가 아니면) 국내 은행들이 다른 해외 은행들과 이기기 힘든 경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흥국 위기로 외국 은행들이 조직이나 영업을 축소할 때 국내 은행이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손상호 금융연구원장은 이날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촘촘히 발달한 국내 금융시장에서 앞으로의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금융산업의 발전을 지향하기 위해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전략을 연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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