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는 밝은 소식 이면에 특정 대기업·반도체 쏠림이란 ‘그림자’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7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2만3,145개 비금융 영리법인의 영업이익률은 7.4%였다. 2015년(5.2%), 2016년(6.2%)보다 개선된 것으로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매출액 증가율도 2016년 1.1%에서 작년 9.9%로 치솟았다. 매출액 증가율 역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일부 업체의 실적에 상당 부분 기댄 성장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두 업체가 전체 외감기업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5%에 달했다. 2만여 기업 중 0.008%의 업체가 전체 영업이익의 4분의 1을 책임진 셈이다. 두 업체의 영업이익 비중은 2016년(11.5%)보다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매출액 비중 역시 2016년 6.4%에서 지난해 11.4%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업종별로 봐도 특정 업종 쏠림 현상이 강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전기전자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13.0%로 전년(6.1%)보다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12개 주요 업종 가운데 9개는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2016년엔 12개 업종 중 3개만 감소했던 것을 고려하면 양극화가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외 석유·화학 업종도 지난해 실적이 좋긴 했다. 석유화학의 매출액 증가율은 14.5%로 전산업(9.9%)을 웃돌았고 영업이익률도 8.6%로 양호했다. 하지만 이는 국제 유가 상승에 기댄 일시적 성장이란 평가가 많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 경영 지표가 개선된 것은 대기업과 반도체 등 업종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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