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가계소득 점검회의를 급하게 연 배경에는 경제팀에 대한 아쉬움 내지는 실망감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올 들어 남북 대화국면이 조성되자 이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경제는 청와대 참모들과 부처 장관들에게 일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된 문 대통령의 5월 일정표(27일까지)를 분석한 결과 정책실의 대통령 단독보고는 5회에 그쳐 비서실(23회), 안보실(14회)에 크게 못 미쳤다. 믿고 맡겼는데 경제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특히 지난 24일 소득격차가 사상 최악으로 벌어졌다는 통계까지 나오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정책실장 간 갈등설이 있는 것도 문 대통령이 아쉬워하는 점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무회의, 당정청 회의 등에서 찍힌 사진을 잘 보면 경제 투톱으로 ‘김앤장(김 경제부총리와 장 실장)’으로까지 불렸던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며 “두 사람의 관계가 안 좋아진 결정적인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이 공개 회의를 연 것은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정부서울청사 김 부총리 집무실에 모였을 때(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포함)를 빼고는 없었다. 대통령 주재 외부행사나 당정청 모임 등 다수가 모인 자리를 함께했을 뿐이다.
혁신성장·규제개혁에 속도가 안 나는 것도 문 대통령이 경제팀에 아쉬움을 갖고 있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신고포상금의 법적 근거를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하자 “인센티브를 주는 것까지 일일이 다 법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우리 행정이 너무 늦고 빠른 현실을 따라가지도 못한다”며 행정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지난 17일 혁신성장점검회의에서 “경쟁국은 뛰는데 우리는 걷고 있다”고 꼬집은 지 불과 12일 만에 같은 지적을 한 것으로 그만큼 답답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규제샌드박스 등 국회상황 때문에 규제완화 입법이 안 되면 적극행정을 한다든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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