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연산에 민감하던 한국 위스키 소비 문화가 맛과 품질, 개성을 중시한 ‘연산 미표기’ 제품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위스키는 고급 주류’라는 인식을 가졌던 소비자들이 위스키를 ‘일상적으로 즐기는 술’로 인식하면서 연산보다는 개인의 맛과 개성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맛과 개성을 가진 ‘연산 미표기(No Age Statement)’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팔린 위스키 가운데 국내 판매량 Top 10 제품 가운데 절반이 ‘연산 미표기 위스키’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 업계는 ‘연산 미표기 위스키’ 시장의 성장 이유를 위스키가 고급 주류로서 소비되는 것이 아닌 일상적으로 즐기는 주류로 변하면서 소비자들이 연산·고품질·고가격을 중시한 제품보다 개인의 맛과 개성을 충족하는 제품들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연산 표기’ 제품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소비되며, ‘연산 미표기’ 제품은 주로 선진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산 표기’ 제품은 2000년 초반까지 판매량이 상승하다가 최근에는 위스키라는 주류가 가진 맛과 향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연산 미표기’ 제품의 판매량과 제품 수가 급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연산 미표기 위스키’의 인기는 고공 행진 중이다. 2017년 국제주류연구기관인 IWSR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6년 1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판매된 위스키는 약 1,200여개 종류로 이 중 연산을 표기하지 않은 제품 수는 900여개 이상으로 전체의 77%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판매금액으로는 약 82%, 판매량으로는 약 91%를 점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는 장소 중 하나인 인천공항 면세점에서도 2016년 기준으로 절반 이상이 ‘연산 미표기 위스키’로 나타나, ‘연산 미표기 위스키’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라는 점을 방증한다.
국내 위스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스키를 접대용 고급 주류로 선택하는 나라에서는 ‘연산 표기 위스키=고급’이라는 공식이 확고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위스키가 접대용이 아닌 일상적으로 즐기는 술로 변하면서 연산에 크게 가치를 두지 않는 쪽으로 주류 문화가 변했다”고 말했다.
한편 ‘연산 미표기 위스키’ 중에서도 도수가 40도 미만인 ‘저도수 위스키’ 제품들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기준 단일 제품 판매량 Top 5 중 3개의 제품이 ‘연산 미표기 저도수 위스키’제품이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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