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강추위에 이어 올해 초봄 이상 저온 현상으로 경기도 내 과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경기도와 각 과수 재배 농민에 따르면 지금까지 동해 및 이상저온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된 도내 과수 면적은 1,201㏊이다. 화성·가평의 포도, 남양주·안성의 배, 여주·이천의 복숭아 등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매실과 사과 등의 피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도는 다음 달 16일까지 피해신고를 받을 예정이어서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포도를 중심으로 일부 과일나무는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로 동사했다. 곳곳의 배와 매실 등은 꽃 필 시기인 지난달 초순 이상 저온으로 꽃눈이 고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과수 재배 농민 김유한(64)씨는 “현재 뒤늦게 핀 꽃에 열매가 맺혔으나 제대로 성장을 해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고 품종 배의 경우 80∼90%의 꽃눈이 저온으로 죽었다”고 호소했다. “예년 250개의 배가 달리던 나무에 올해는 심할 경우 50개 정도만 달리기도 했다”고 한 김씨는 “배 생산량이 올해 50%, 상품 가치 있는 것은 70%가량 감소할 것을 보인다. 작년 9만5,000개 준비했던 배 봉지를 올해는 4만9,000개만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꽃이 만개한 상황에서 기온이 영하 3.5℃까지 떨어지니 꽃잎이 온전하겠느냐”며 현재 맺힌 열매도 상품성이 없어 올해 배 판매 총소득이 작년 60%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씨는 특히 “올해 과일이 맺히지 못해 가지가 과영향상태가 되면서 내년에 필 꽃눈 자리가 모두 터져 내년에도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피해는 배뿐만이 아니다. 곳곳의 매실과 포도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김씨는 “농장에 있는 50그루가량의 매실도 꽃눈이 죽어 열매가 작년의 4분의 1도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화성시 서신면에서 2,000평 규모의 포도를 재배하는 한 주민도 “꽃눈이 죽어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한 포도송이가 지난해 절반 크기도 안 된다”며 “그뿐만 아니라 전체 포도나무 1,000그루 중 100그루가량이 겨울 추위로 이미 죽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5㎏짜리 3,000 상자의 포도를 수확했는데 올해는 2,000 상자나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평년보다 20일가량 늦은 지난 20일에도 이곳에 서리가 내렸다”며 “우리 지역에서만 얼어 죽은 과일나무 40㏊를 포함해 포도 32㏊, 사과 21㏊가 동해 또는 냉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배 주산지인 남양주시 관계자도 “현재 달린 배도 만지면 줄줄이 떨어진다”며 “올 배 생산량이 작년보다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다음달 중순 과실별 착과량을 조사하면 피해 현황이 정확히 나오겠지만 최근 현장을 돌아보니 과수 피해가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 뒤 “현재 달린 열매라도 잘 관리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영농지도를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