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번 쇄신안을 통해 그동안 한화그룹을 괴롭혔던 일감 몰아주기 및 이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상장사는 30%)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과 에이치솔루션 보유 지분의 추가 매각이 완료되면 에이치솔루션의 합병법인 ‘한화시스템’ 지분이 14.5%까지 낮아져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지분 추가 매각 이후 다음 단계로 합병법인에 대한 에이치솔루션의 나머지 보유 지분 전량을 해소하기로 해 한화S&C를 둘러싼 논란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까지 보여줬다. 한화 관계자는 “합병 및 지분 매각을 거치면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율은 10%대로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 취지에 실질적으로 부응하게 된다”며 “한화의 의지를 보여준 만큼 논란도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경영기획실 해체엔 김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집행유예 중인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룹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조직을 없앴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화그룹은 “계열사 독립과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라며 “앞으로는 ㈜한화가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화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계열사의 지원과 대주주로서 역할을 할 뿐 과거 경영기획실의 기능이 이관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즉 ㈜한화가 그룹 차원의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지주회사 혹은 지배회사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한화그룹이 그리는 모습은 SK㈜와 롯데지주보다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의 계열사 독립 경영을 강조한 삼성그룹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춘수 경영기획실장 부회장이 ㈜한화로 복귀하는 만큼 앞으로 추가적인 역할 조정이 진행될 여지도 있다. 재계의 한 임원은 “(한화의 경영 쇄신안을 보면) 일감 몰아주기 해소에 그치지 않고 경영기획실 해체를 골자로 하는 깜짝 조직개편안까지 담겼다”며 “김 회장의 강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권한 확대도 눈에 띈다. 한화그룹은 그룹 출신의 사외이사 임명은 가급적 피하고 개방형 추천제를 도입해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하기로 했다. 한화의 일부 계열사는 그동안 그룹 출신의 퇴직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구설에 오르곤 했다. 아울러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심의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도급법 관련이나 갑을 관계, 기술 탈취 등 공정거래 이행과 관련된 주요 사항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사안을 심의하기 위해 신설하는 상생경영위원회도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구조다. 아울러 주주권익 보호 등을 취지로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룹 내 신설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도 도입한다. 이홍훈 전 대법관이 위원장으로 선임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 정책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의 이행 여부 점검 등을 맡는다. 이 역시 김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모든 기업에서 정도경영을 근간으로 삼아달라”고 당부한 것이 쇄신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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