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돈을 지불한 뒤 즐기는 방식이 이미 보편화됐습니다. 지식 콘텐츠 역시 적절한 기획과 마케팅이 결합되면 유료 모델이 가능합니다.”
박소령 퍼블리(PUBLY) 대표는 미디어와 출판 업계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인물이다. 공짜 정보가 넘치는 환경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질 높은 콘텐츠에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점을 증명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등장한 퍼블리는 콘텐츠를 기획·유통하는 플랫폼이다. 저자와 협업해 콘텐츠를 기획한 뒤 간단한 소개와 목차를 먼저 올려 예약판매(크라우드 펀딩)를 진행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110여개의 프로젝트가 추진됐으며 이 중 목표액 100%를 넘어 발행된 경우는 90여개 이상이다.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멤버십 회원(월 2만1,900원)도 현재 2,000여명에 이른다.
박 대표는 퍼블리의 유료 콘텐츠 모델이 성공한 것은 기존 미디어가 채워주지 못한 ‘지적 욕구’를 집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퍼블리의 타깃층인 25~45세 소비자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지식을 원하는데 기존 미디어와 출판계에서는 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퍼블리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는 ‘퇴사준비생의 도쿄-진짜 출장은 지금부터다’와 투자자 입장에서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를 경험한 ‘버크셔해서웨이-워렌 버핏을 만나다’ 등 차별화된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하는 형태에 따라 인기 있는 콘텐츠가 달라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약판매의 경우 자신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일(Work)’과 관련된 콘텐츠가 인기가 높다. 반면 한 달간 모든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멤버십 고객들은 일을 넘어 관심 영역을 달리기·와인 등으로까지 확장시킨다. 박 대표는 “멤버십 기간 동안 여러 콘텐츠를 접하면서 자신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내용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는 무엇일까. 그는 “객관적으로 풀어내는 글은 세상에 널려 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주관적인 글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넷플릭스의 비전이 수많은 영상 콘텐츠 중 적합한 것을 시청자에게 연결시키는 플랫폼 역할이었다”며 “퍼블리도 지적 콘텐츠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단계가 다 이뤄질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경원·성행경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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