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사태로 개인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금융기관들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이 소송 진행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문제가 된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들은 향후 법적 분쟁에서 승소해도 그에 따른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 KTB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펀드 가입 고객들에게 Q&A 메일을 발송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KTB자산운용 설명에 따르면 운용사는 법에 따라 부실채권의 80%를 상각 처리했기 때문에 투자자가 현재 손실을 감수하고 환매하면 손실은 -4%에 그친다. 다만 환매 투자자는 부실자산 발행자와 법적 분쟁에서 승소해도 배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상각 후 환매하지 않고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법적 분쟁 승소 시 배상금 지급 혜택을 누릴 수 있으나 채권단 회수 규모가 정해져 있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진다. 운용사는 “상각 자산 160억원에 대한 회수가 성사되면 해당 금액을 펀드에 환입해 4% 하락한 부분의 손실을 펀드 가입자들의 기준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채권단이 회수하는 자산 규모에 따라 수익이 갈린다. 만약 투자금의 20% 이상을 돌려받으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20% 이하라면 손실을 입는다.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환매하면 펀드를 계속 보유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KTB운용 측은 “정확한 환매 규모는 공개가 어렵고 지난달 31일 환매 신청분은 6월4일 설정액 공시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운용사는 책임을 투자자에게 떠넘기고 정보를 제공하는 신평사는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CERCG가 공기업이라서 높은 등급을 책정한 게 아니라 해당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가능성을 ‘보통’으로, 최종신용등급은 자체신용도 대비 1노치(notch) 높은 A로 평가했다”며 “공기업 여부를 잘못 판단했다는 주장은 당사의 신용평가방법론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금정제십이차ABCP는 CERCG가 발행한 회사채 중 유일하게 해외투자자가 소화한 물량이다. 전체 발행물량 1,650억원 중 KTB가 소화한 물량이 200억원으로 해당 펀드 투자대상 상위 10종목 중 회사채권 중에는 2위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은 “신용이 분명치 않은 기업에 5%나 투자한 근거를 알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투자자는 “미국 국채금리가 3% 넘게 급등하는 등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전세금·노후자금 같은 목돈을 단기간 맡겨뒀는데 큰 손실을 입게 생겼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데 운용사·신평사가 기계적 투자 판단만 내리고 뒷짐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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