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시장의 신대륙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토종 스타트업 커피체인점 루이싱(瑞幸·Luckin)이 글로벌 최강자 스타벅스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5년에는 1,000억위안(170조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중국 커피 체인점 시장을 스타벅스에게 오롯이 내주지는 않겠다는 것이 루이싱의 생각이다.
이달 중순 중국의 토종 커피숍 루이싱은 스타벅스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2일 중국경제망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루이싱커피는 중국 국가반독점국에 이의 제기와 함께 조사 요구 신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가 독점하고 있는 중국 커피 체인점 시장에서 루이싱커피 앱 다운시 커피 한잔 무료라는 파격적인 서비스와 탕웨이 등 유명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 마케팅으로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스타벅스가 건물주와 체결한 부동산 계약에 다른 브랜드의 입점을 막는 배타적 조항을 두고 있어 같은 건물에 점포 임대를 받을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루이싱커피는 또 스타벅스가 설비와 포장, 원료 등을 납품하는 거래업체에 루이싱커피와 거래를 끊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스타벅스의 갑질 횡포까지 제기했다.
중국 매체들은 최근 미중 무역 갈등과 맞물려 미국 기업의 은근한 횡포를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일부 매체들은 외국 기업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 시장에서 전통차와 경쟁하는 스타벅스가 중국 진출 19년 만에 커피숍 시장 점유율 60%에 달하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에 불편한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전이 스타벅스의 경쟁사 이미지를 부각시켜 시장에서 몸값과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루이싱커피의 소송전과 노이즈 마케팅에 대해 “다른 브랜드의 시장 선전행위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스타벅스의 중국 커피숍 시장 점유율은 58%, 커피숍 프랜차이즈 시장 점유율은 80%를 기록했다. 중국 내 커피숍 점포 수로는 61%, 커피 주문 수량 면에서는 73%로 압도적인 선두다. 중국 메이투안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중국 커피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커피 시장은 2011년 118억위안에서 지난 2016년에는 704억위안으로 커졌다. 2025년에는 1조위안(17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에서는 스타벅스가 중국 커피 시장을 독점하는 거대 공룡 기업 이미지가 강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처럼 조만간 중국 중소 브랜드의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루이싱커피가 “홍보와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에게 밀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면서 “주문 후 제조 완성시간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주고 카운터에서 QR코드를 스캔해 테이크아웃하는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에서 1분 단위로 확인하는 서비스로 기존 매장에서 느꼈던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루이싱커피는 최근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를 고액에 대거 스카우트하면서 값싼 커피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고급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다.
스타벅스도 급성장하는 중국의 커피 시장을 호락호락 내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말 상하이에 축구장 절반 크기의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오픈하고 향후 4년 내 중국 시장 점포를 6,000개로 확대하고 매출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스타벅스는 중국 141개 도시에 진출, 3,30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