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4분기 삼성전기(009150)의 영업이익은 1,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주목되는 점은 총 3개 사업부문 중 2개 부문이 부진한 가운데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듀얼카메라 등을 만드는 모듈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06억원에 불과했고 기판사업부는 300억원 적자를 봤다. 실적 견인의 주역은 컴포넌트 사업부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비중이 90%에 달하는 이 부문에서만 1,734억원의 이익을 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 중 99%는 MLCC로 벌어들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기의 실적도 고공행진하는 셈이다. 스마트폰 성장기던 지난 2013년에나 거둘 수 있었던 ‘분기 영업익 2,000억원’을 올 3·4분기부터 재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정보기술(IT) 기기의 고성능화, 자동차 전자기기화 등으로 MLCC 수요는 오는 2020년부터 더 뚜렷한 우상향 곡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의 올해 영업이익으로 7,3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3,065억원과 비교하면 130%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 중 MLCC가 포함된 컴포넌트사업부의 영업익은 7,2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MLCC가 삼성전기를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내년 역시 컴포넌트사업부의 영업익 비중은 9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MLCC는 전자기기 내 전류 흐름 및 신호 전달을 원활하게 하는 부품이다. 일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만 300~400개가량의 MLCC가 필요하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800~1,000개가량이 사용된다. 전기차의 경우 1만~1만5,000개가량의 MLCC가 적용된다. IT 기기에 더 많은 반도체가 탑재될수록 MLCC의 양도 늘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MLCC시장 규모는 2017년 103억달러에서 2022년 163억달러로 연평균 9.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 기간 MLCC 업체의 생산능력은 연평균 2~3% 성장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기술 난도가 높아 진입장벽이 높고 공급업체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라타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이 전장용 MLCC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기 역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향후 중국·대만 등 후발업체들의 공급확대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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