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투자 시 346,973원 실수익을 챙겨갈 수 있다.”
한 P2P업체가 소개하는 투자 상품이다. 은행의 예적금 연금리 1~2%와 비교하면 P2P 투자는 고수익으로 매력적이다. 500만원 넣어 5만원 받을 것을 35만원 받는 셈이다. 재테크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은 지루한 예·적금이나 복잡한 주식투자보다 고수익의 P2P에 먼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더구나 P2P는 투자기간이 짧게는 2개월이라 빠르게 결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P2P 업체 루프펀딩이 낸 통계를 보면 투자자의 41%가 30대이고, 22%가 20대이다. 그만큼 P2P 투자는 젊은 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적게는 10만원부터 소액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층에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P2P 투자상품마다 연 수익률은 15% 안팎이니 10만원을 넣으면 단순계산으로 15,000원을 벌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P2P는 201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P2P는 ‘Peer to Peer(개인 대 개인)’라는 뜻으로, 개인 투자자와 개인 대출자가 P2P업체를 중개자로 놓고 돈을 주고받는 직접금융 방식이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중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받을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정리하자면 P2P투자 및 대출은 대출신청→심사→투자모집→실행→사후관리 순서다. 시간이 지난 만큼 P2P 업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P2P 업계는 부동산PF 및 부동산담보대출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PF는 ‘Project Financing(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건설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보고 투자하는 방식이다. 기존엔 개인에게 신용대출을 해줬던 P2P가 이제는 다양한 상품들을 다루는 것이다. 한 P2P 업체 대표는 “가능하면 이후에 중소기업대출도 취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고수익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고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지난해 여러 P2P 업체에 100만원씩 분산투자를 했던 투자자 A씨(30)는 “한 업체가 폐업을 했고 나의 100만원은 그냥 증발해버렸다”면서 “업체 대표가 투자자들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돈을 곧 상환해주겠다고 했으나 그 뒤로 잠적해버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 전문 P2P업체인 헤라펀딩, 펀듀 등은 최근 부도가 났고 대표들이 잠적하는 일이 발생했다.
P2P 투자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P2P업체들이 법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흔한 일은 아닐 수 있겠지만, 일례로 P2P업체가 대출신청자와의 특정 이해관계로 인해 대출상환능력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고 특혜대출을 해줘도 투자자는 이를 알 방법이 없다. P2P 업체에 등록된 사업계획서 등은 언제든 과장 또는 허위로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P2P 업체의 자회사 격인 연계대부업체를 당국에 등록하도록 했다. 또 지난해 2월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투자자 1명이 한 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1,000만원으로 제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가이드라인’일 뿐, 투자자가 1,000만원 넘게 한 업체의 투자상품에 투자해도 처벌 받을 일은 없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75개 P2P 연계대부업자를 대상으로 P2P 취급실태를 조사했다. 금감원은 다수 P2P 업체들이 부동산PF, 후순위 부동산 담보 대출 등을 위주로 취급하는 바람에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대출쏠림 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은 일부 업체의 허위 공시, 공시사항 미이행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이뤄지고 있으며, 장기대출의 단기 돌려막기 투자모집행위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사안들은 검찰에 고발하겠다고도 금감원은 경고했다.
금감원이 지적했듯이 P2P 업체의 부동산PF 대출은 연체율과 부실률도 높은 편이다. 30일에서 90일 연체 비율은 5% 수준이며, 부실률은 12.3%로 다른 신용대출이나 담보대출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그러니 P2P 투자를 처음 시작해보는 사회초년생은 부동산PF 투자는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연계대부업자와 P2P 업체의 임직원이 대부분 겸직을 하고 있다. 따라서 P2P 연계대부업자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P2P 업계는 아무런 법적 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무법지대와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금융당국에서 여러 제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투자전문가들은 사회초년생들에게 P2P 업계가 좀 더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은 다음에 투자를 시도해볼 것을 조언한다. 김현섭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팀장은 “금융당국에서 업계를 시스템화하고 제도화를 해야 P2P 투자가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서 “어떤 투자를 해도 제도권 내에서 하는 게 합리적이며, 사회초년생이 목돈을 마련하려고 P2P에 들었다가 오히려 억울하게 돈을 잃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P2P 업체들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꼭 P2P 투자를 피할 필요는 없다. P2P 투자는 상품보다 업체 선택이 더 중요한 이유다. 황영지 신한은행 PWM이촌동센터 팀장은 “P2P 업체마다 실력과 안정성 차이가 큰데, 우선 당연히 금융위에 등록된 업체여야 하며, 벤처캐피탈 등 투자기관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업체라면 더욱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건전성 높은 P2P 업체는 대출신청자들을 꼼꼼하게 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본 자격조건으로 한다. P2P 업체 대출심사자들은 은행에서 같은 업무를 하다가 이직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업체마다 평균 3~4명이 있다. P2P 업체의 대출심사자가 다른 금융기관보다 현저히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P2P 업체의 대출심사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P2P 업체 대표는 “대출심사 담당이 3~4명이 전부인 것은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언론에서 많이 보도된 적이 있는데, 대출심사자 1명당 200억원에서 250억원 정도를 다룬다”며 “이는 저축은행이나 시중은행의 규모보다 상당히 적은 금액이기 때문에 담당 심사자 수도 그만큼 적은 것”이라고 반론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