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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업이다] "외풍 휩싸여 미래 먹거리 생각할 겨를 없다"

지배구조 개편 압박·근로단축 등

기업 정상적 경영활동 걸림돌로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은 통상분쟁, 근로시간 단축 등 대내외 현안이 산적한 기업들에 가장 큰 부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주요 그룹에 계열사 간 순환출자 해소,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을 요구해왔다.

재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지닌 LG그룹도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11월 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 중인 LG상사 지분을 지주사에 넘겨 지주사 전환 14년 만에 모든 계열사가 지주사에 들어오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롯데그룹과 효성그룹도 현 정부 출범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삼성그룹도 최근 정부의 강력한 ‘푸시’에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엘리엇 등 외국 투자가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줄줄이 반대하면서 개편안이 잠정 보류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환영했지만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배구조 개편이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사안임에도 시한까지 정하는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업은 투자나 고용 등 다른 사안보다 우선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개입 정도가 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에이치솔루션과 한화S&C 분할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방안을 내놓았지만 올해 초 공정위가 갑작스럽게 관련 조사에 돌입하면서 결국 최근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한화그룹이 분할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주주의 추가 지분 매각 등도 포함해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게 주된 평가였지만 정부는 더욱 강력한 수단으로 한화를 압박하면서 반년 만에 지배구조를 뜯어고치도록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문제는 오너의 경영권과도 관계가 있고 계열사의 사업조정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무수히 많지만 정부의 압박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외풍에 떠밀려 시한까지 두고 해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일들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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