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이 가계대출처럼 이용되고 있다는 금융 당국의 강한 경고에 대출 증가세가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신용대출은 금융 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두 달 연속 1조원 이상 늘면서 대출잔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지난 5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209조5,000억여원으로 전월 대비 1조5,000억여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폭은 3월 2조2,000억여원에서 4월 2조원으로 낮아지는 등 3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다.
개인사업자대출이 주택 구입 용도 등으로 전용되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경고하면서 향후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을 예상한 은행권이 선제적으로 관련 대출 확대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은행연합회 및 은행권과 함께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인사업자대출의 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 개선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한 뒤 오는 8월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도 개인사업자 대출을 옥죄기 위해 은행의 예금잔액에 대한 대출잔액의 비율인 예대율 규제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25일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활성화되도록 예대율 산정 시 기업대출에는 가중치를 15% 하향하되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가중치를 0%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1월 자본규제 개편방안 발표 당시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예대율에 하향 가중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이제 와서 가중치를 없앤다고 하니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더욱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도입 등 대출 규제 강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주춤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은행의 월별 주담대 증가폭은 3월 말에 2조2,000억여원을 기록했지만 4월 말 1조6,000억여원, 5월 말 1조3,000억여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이 같은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증가폭이 줄지 않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달 말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대비 1조1,000억여원 늘어난 101조여원으로 집계됐다. 4월 말 1조2,000억여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연속 증가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신용대출이 두 달 연속 1조원대 증가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0~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 당국은 주담대 규제 회피목적의 개인신용대출 취급을 엄정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주담대 한도 감소로 인해 신용대출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신용대출도 DSR 규제에 포함되는 만큼 증가 추세가 머지않아 움츠러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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