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병사들이 장수의 참전을 고사하는 형국이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지 마시라”는 일부 후보들의 요구에 ‘당 대표 지원 유세’를 철회한 자유한국당 이야기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현장 유세를 줄이고 지도부 회의나 페이스북 메시지로 선거 전반을 지휘하는 데 집중하기로 전략을 바꿨지만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었다.
홍 대표는 4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사들과 ‘서민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를 열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했다. 전날 ‘유세 불참’을 선언한 뒤 잡은 첫 일정이다. 앞서 홍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첫 주말인 지난 3일 지역 유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그는 “일부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지역 인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며 “내가 유세에 나서니 문(재인) vs 홍(준표) 대결로 고착화되고 지금은 문·홍 대결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후보들의 의견이 타당해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게 당의 설명이지만 이번 전략 수정은 선거를 앞두고 나타난 ‘홍준표 패싱’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비난하는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을 이어가자 한국당 후보들이 ‘홍 대표가 유세 오면 표가 떨어진다’며 거부감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대표는 최근 부산·울산·충남 등의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정작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 대표의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의 지역 유세 불참과 후보들의 ‘대표 기피 현상’ 모두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국단위 선거를 앞두고 현장에서 싸워야 할 당 대표가 당사와 페이스북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날 다른 당 대표들은 모두 지역 현장을 누비며 ‘한 표’를 호소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주도로 날아갔고 바른미래당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는 각각 광주와 서울·경기를 공략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호남 일대를 돌며 표밭을 다졌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강원 춘천과 경기 성남을 찾았다.
/송주희·양지윤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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