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고기 없이 푸성귀만 있는 밥상을 사람들은 이런 단어를 사용해 폄하해 왔다. 하지만 밥상을 차려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밥상을 풀밭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일단 채소는 보관이 어렵다. 얼리면 식감이 떨어지고 얼마 가지 않아 시들고 무른다. 그날 사서 그날 모두 소비하는 게 가장 좋지만, 날마다 장을 볼 수도 없고, 혼자서는 한 끼에 먹기도 힘들다. 샐러드 가게는 번화가에나 있을뿐더러 가격은 왜 그리 비싼 걸까.
현대인들이 채소와 멀어진 까닭은 날마다 채소를 챙길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이겠지만, 최근엔 더 흥미로운 해석도 있다. 바로 가정간편식(HMR)의 등장이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밥과 반찬, 과일을 따로 구매하기보다는 HMR이나 도시락으로 한 번에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크는 것이 바로 과채주스 시장이다. 조그만 음료수병 하나로 하루 채소 권장량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채주스 시장은 2016년 373억 원에서 2017년 446억 원으로 12% 신장했으며, 전체 냉장주스 시장에서의 비중도 같은 기간 23%에서 29%로 크게 늘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빙그레(005180)가 최근 출시한 ‘따옴 슈퍼블렌드(사진)’를 마셔봤다. 따옴에서는 원래 과일 주스만 출시했지만 최근 과채주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제품으로 채소 베이스의 주스를 내놓았다.
‘러브 옐로우’와 ‘원더 레드’ 2종으로 출시된 슈퍼블렌드는 각각 과일 5종과 채소 10종을 넣어 총 15종류의 과일과 채소가 들어가 있다. 러브옐로우에는 당근이나 샐러리처럼 채소 주스로 비교적 익숙한 재료도 들어가 있지만, 아스파라거스와 시금치 심지어 양파도 들어있다. 파스닙(설탕당근)과 콜리플라워처럼 생소한 채소도 사용됐다. 원더레드에도 비슷한 채소들이 들어간다. 대신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레드비트, 토마토 등의 붉은 채소를 넣었다.
지나치게 건강한 맛(?)은 아닐까 약간 우려했지만 의외로 새콤달콤한 맛에 눈이 뜨였다. 러브옐로우에는 오렌지와 바나나, 사과, 패션후르츠, 허니듀멜론 등의 과일이 들어갔고 원더레드에는 딸기와 바나나, 사과, 레몬, 허니듀멜론을 함께 넣었기 때문이다. 조금 독특한 과일 주스를 먹는 느낌이라고 하면 비슷할 것 같다.
몇 모금이면 끝나는 작은 주스임에도 따옴 슈퍼블렌드 한 컵에는 약 240~250g의 과일채소가 들어있다.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하루 과일채소 섭취 권장량은 690g, 한국질병관리본부가 2016년 국민건강 통계상 한국인의 하루 평균 과일채소 섭취량은 472g. 권장량과 현실의 갭인 220g을 딱 채워주는 양이다. 또 식이섬유가 1,200㎎ 들어있어 포만감 유지에 도움이 되는 반면, 칼로리는 85㎉에 불과하다. 설탕이나 보존료, 향을 넣지 않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오늘은 바쁜 아침 빈속에 때려붓는, 식후 습관적으로 찾는 커피 대신 과채주스로 간편하게 건강을 챙겨보면 어떨까.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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