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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정책실 '인의 장막' 치고 정보 독점...경제부처 의견 번번이 막혀

靑 경제정책 결정 구조 문제 없나

최저임금發 고용위축 우려 靑 회의서도 종종 이슈로 올랐지만

경제담당 참모들 홍보 부족 치부하며 유리한 통계만 골라 사용

"소득주도성장 1년 더하면 부작용 너무 커져...경제팀 교체 필요"

지난달 28일 장하성(왼쪽)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가계소득 동향에서 소득분배 지표가 나빠진 이유를 따져보는 ‘긴급 경제점검회의’를 연다고 밝히자 기획재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의를 연다는 얘기를 사전에 못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기재부 경제정책 라인은 언론에서 해당 내용을 접했다. 뒤집어보면 청와대가 전적으로 이슈를 주도했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의 의중이 뭔지 파악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소득주도 성장 논의에서 기재부가 배제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의 주도권이 경제 컨트롤타워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넘어가는 듯한 브리핑이 나왔고 31일 재정전략회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교통정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해왔던 김 경제부총리의 역할은 혁신성장 담당으로 좁아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서는 정책실을 통해 올라가는 편향된 정책보고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고위당국자는 “언론매체를 통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영세사업장에서의 고용위축을 부른다는 우려가 꾸준히 나왔고 이런 점이 종종 청와대의 상황점검회의에 이슈로 오르고는 했다”면서도 “그때마다 장 실장이나 경제 담당 참모들이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에 대한 현장 홍보가 부족해서 빚어진 오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연초에 (근로자 등의)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실적이 너무 저조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쇼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청와대) 일부에서 있기도 했다”며 “하지만 일자리안정기금 신청접수가 20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고가 지난주에 올라오면서 정책실이 최저임금 인상정책이 안착했다는 판단을 굳히게 됐고 이것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의 의견이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가 사사건건 부딪힌다는 말도 있다. 두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이가 소원하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15일 장 실장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는 없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개인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서 최저임금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 취임 후 경제 컨트롤타워라고 공공연하게 힘을 실어줬지만 정작 김 부총리의 메시지가 장 실장의 문턱에 막혔던 것으로 안다”며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접견해 보고하기로 한 뒤로는 김 부총리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대통령에게 브리핑할 수 있게 됐지만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장 실장에 비하면 영향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팀의 ‘인의 장막’이 생각보다 두텁다는 해석도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만 가져다 쓴다는 얘기다. 장 실장과 함께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홍장표 경제수석의 경우 최근 “올해 실업이 늘었다고 할 수 없다”며 “올해 1·4분기 고용률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고 실업률도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고용보험통계를 보면 경영난·불황에 따른 인원감축과 폐업·도산으로 원치 않게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1~4월에만 41만2,857명이었다.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상실 같은 집계 기준이 사용된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증가폭도 1년 전보다 두 배, 2년 전에 비하면 네 배로 뛰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경제팀을 “문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확한 통계가 기반이 되지 못하면 소득주도 성장 실험을 계속 밀어붙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비공개·가공자료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최저임금의 효과를 90%라고 설명하게 한 것은 넘어갈 수 없는 과오라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상황에서 소득주도 성장을 1년 더 하면 부작용이 너무 커진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빈난새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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