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제빌딩 5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 내 4층 상가가 붕괴되면서 이 구역 일대 정비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빌딩 5구역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낸 데 이어 이달 서울시에 건축심의를 신청하려고 준비하는 등 정비사업을 빠르게 추진해왔다. 조합은 일단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붕괴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빌딩 5구역 조합 관계자는 4일 “붕괴사고가 난 후 조합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데 정비사업 추진 계획에 특별한 변동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오는 7월 중순 예정돼 있는 입찰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역 전면 맞은편에 위치한 국제빌딩 주변은 다섯 개 구역으로 나뉘어 개발이 진행 중이다. 1구역에는 지난해 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들어섰고 2구역 LS용산타워는 지난 2010년 리모델링 공사를 마무리했다. 3구역에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이 2012년 입주를 마쳤고 4구역에 들어서는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는 2020년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5구역에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수정 가결한 정비구역 변경안에 따라 지하 8층~지상 39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고 이번에 붕괴된 상가가 있던 부지에는 4구역과 연결된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조합은 사업 추진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구역 인근 주민들은 4구역에서 공사가 진행되면서 발파 공정이 이뤄질 때 5구역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고 땅에 균열이 생겼다고 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 일정에 변동이 생길지 예단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붕괴 원인이 규명되면 그에 따른 사후 조치에 따라 정비사업 일정이 조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붕괴 사고가 시공사 입찰 결과에 영향을 줘 사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빌딩 5구역 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응찰사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 이에 바로 시공사 선정 재공고를 내고 7월 입찰을 진행할 예정인데 시공사가 대거 응찰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일반 재개발보다 상가 등 비주거시설 비중이 높아 분양성을 담보하지 못해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하는 건설사들이 많은데 이번 붕괴로 사고 원인 등 조사 과정이 필요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시공사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더 사업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국제빌딩 5구역 내 안전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건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정비사업을 더 빨리 추진하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시는 붕괴 사고의 후속 대책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아직 관리처분인가가 나지 않은 지역 309곳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현행법에서는 관리처분인가가 나야 건물을 철거할 수 있는데 이번에 붕괴된 건물처럼 정비구역 지정 후 오랫동안 관리처분인가가 나지 않아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건물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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