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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노린 허위 구직자↑ …눈먼 복지에 두번 우는 중기

1년 미만 근무해도 3개월 줘

고용 왜곡…편법 근로자 기승





인천 남동공단에서 인쇄회로기판(PCB)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이현택(가명) 사장은 최근 생산직 근로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는 대신 거래처·거래은행 등 지인을 통해 새로 일할 직원을 알아보고 있다. 사이트에 올리면 많은 지원자를 확보할 수 있지만 몇 차례 쓰린 기억 탓에 지인 소개로 방향을 잡았다.

이 사장은 “근로자 2인 채용공고를 올렸더니 무려 800여개가 넘는 지원서가 접수됐는데 실제로 면접을 보러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원서접수를 실업급여를 타내기 위한 요식행위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중소기업들 보고 직원을 더 많이 채용하라고 하는데 뽑고 싶어도 뽑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중소기업 고용시장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28세인 이진철(가명)씨는 낮 시간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한 달 120만원밖에 벌지 못 하지만 중소기업 공장에서 6개월간 근무했던 그는 3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아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한다.

서울 시내 중형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는 오승우(가명)씨는 “6개월을 주기로 현장 근로자로 일하다 퇴사 후 실업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며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소공인집적지 관계자는 “소공인들은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을 통해 구직자를 알선받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며 “면접도 보지 않고 구직활동 증빙용으로 서류접수만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업급여를 타내기 위한 허위 구직활동은 중견·중소기업들의 채용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적극적 구직활동을 보여줘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중견·중소기업 채용공고에 많은 허위 지원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업급여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소득원 보조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실업급여 지급조건이 허술한 탓이다. 근속기간별 실업급여 수령기간을 보면 1년 미만 재직자는 최대 3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10년 이상 근무한 경우 최대 240일간 실업급여 수령이 가능하다. 10년의 근속기간 차이가 나더라도 실업급여 수령기간은 고작 5개월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근로자의 장기 근속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 근무가 실업급여 수령에 도리어 유리하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목가공업체 대표는 “퇴직자에게 실업급여가 지급되면 외국인 쿼터제한이라는 불이익을 받지만 단기 계약서 작성 등과 같은 편법을 근로자들이 꿰고 있어서 당장 인력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줄 수밖에 없다”며 “실업급여는 ‘눈먼 복지’라고 볼 수밖에 없고 장기 근로자를 우대해주는 방향으로 구조를 변경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업급여는 실직에 따른 소득 공백을 메워주는 생계지원금 성격의 제도지만 관리의 허술함 탓에 일부 취업 의사가 없는 실직자들의 소득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실업급여 수급자는 올 들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 32만8,000명에 불과했던 실업급여 수급자는 최저임금 시행 석 달째인 지난 3월 전년 동기 대비 8.4%(3만5,000명) 증가한 45만6,000명으로 고용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래 가장 많았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역대 최고치를 유지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 규모도 지난달 5,45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올 들어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이 모두 늘어난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 비자발적인 실업 증가에 더해 허위 구직활동에 따른 사실상 부정 수급자가 줄지 않은 영향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남동공단=박해욱·서민우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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