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시장에서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의 특수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만 미국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지원책에 나서면서 올해부터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미국에서 판매된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한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셀트리온(068270)의 ‘인플렉트라’가 판매액 2,400만1,000달러를 기록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는 200만2,000달러어치 팔렸다. 같은 기간 존슨앤드존슨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는 6억4,000만달러가 판매돼 오리지널 의약품의 독보적인 위상을 재확인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레미케이드는 금액 기준으로 96.1%를 차지하며 부동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인플렉트라는 3.6%에 그쳤고 렌플렉시스는 0.5%를 차지하는 데 머물렀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비교해 저렴한 약값과 동등한 효능을 내세웠지만 정작 미국 환자들은 바이오시밀러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에서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위상은 정반대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유럽에서 ‘램시마’(미국명 인플렉트라)로 2억6,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램시마가 점유율 52%를 기록하면서 레미케이드는 40%대로 위상이 추락했다. 바이오시밀러가 단일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을 넘어선 것은 램시마가 세계 최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도 지난해 유럽에서 3억7,08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베네팔리는 화이자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의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다. 베네팔리가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하면서 지난해 엔브렐의 유럽 매출은 전년보다 24% 줄어든 14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유럽에서 승승장구하는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서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는 바이오시밀러에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는 미국 의약품 시장의 특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신약 허가를 총괄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까다로운 규제를 앞세워 시장 진입을 가로막았던 탓이 컸다. 지난해 기준 유럽에서는 38종의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를 받았지만 미국에서 허가받은 바이오시밀러는 9종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이 4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개막하는 ‘바이오USA’ 등에 대거 참여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도 미국 시장을 적극 개척하려는 의지의 하나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잇따라 바이오시밀러의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최근 미국 FDA도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다양한 유인책을 도입하고 있다”며 “민간보험이 주류인 미국 의료 시장도 바이오시밀러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결국 마케팅 경쟁에서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보스톤=김지영기자 engi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