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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대형가맹점 직승인 확산에...영세 밴사 고사 위기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실적 줄자

카드사, 밴 수수료 비용 절감 나서

정유사 등 확대땐 이익 80% 급감





가맹점 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이익이 급감한 카드사들이 부가통신업자(VAN·밴) 수수료라도 아끼기 위해 대형가맹점과 직승인을 확대하면서 영세 밴사들이 실적 악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정부가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것이 영세 밴사를 생존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카드업계와 밴 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카드 등은 지난해부터 이마트와 롯데마트·신세계백화점·현대홈쇼핑 등 대형가맹점과 결제 직승인을 하고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는 카드 거래조회나 승인, 매출전표 매입·자금 정산 중계 등을 위한 밴사들이 있는데 카드사들이 밴 수수료 비용 절감을 위해 대형가맹점과 직승인을 하는 것이다. 그나마 대형 밴사들은 타격이 크지 않지만 제일 하단에 위치한 영세 밴 대리점은 주 수입원이던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 수익이 급감해 생존 위기에 몰리게 됐다. 특히 지난해 수수료 체계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세 밴 대리점이 관리하는 곳은 대부분 대형가맹점이 아닌 중소·영세가맹점으로 수수료 정률제 도입으로 수수료 수익이 반토막 났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밴사의 주요 수익원인 중계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조1,508억원으로 거래 건수는 증가했지만 전년(1조 1,662억원) 대비 154억원(1.3%) 감소했다. 카드사와 대형 밴사가 수수료 협상을 해서 이전보다 수수료가 낮아지면 밴사는 밴 대리점에 이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하고 가장 하단에 있는 영세 대리점의 수익은 더 악화하는 것이다. 제조업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단가인하를 요구하면 그 하청업체가 재하청 업체에 단가인하를 요구하면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수익이 주는 것과 비슷한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카드사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 이어 GS칼텍스 등 정유회사와 농협하나로마트 등과도 직승인 결제를 추진하고 나서면서 영세 밴사들의 이익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농협하나로마트는 지난해 12월 ‘신용카드 밴 시스템 구축사업자 및 보조 밴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업계에 발송하는 등 카드사와 직승인 추진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가맹점은 지난 2015년 7월 여신금융전문업법 시행령 개정 이후 리베이트가 금지되면서 밴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지 못하자 직접 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위탁에 맡겼던 밴 사업을 직접 하면서 밴사로부터 받던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영세 밴사 관계자는 “GS칼텍스 등 정유회사와 농협하나로마트 등까지 밴사를 거치지 않는 직승인 결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영세 밴사 수익은 지금보다 70∼80% 급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밴사의 경우 타격이 크지 않지만 가장 하단에 있는 영세한 밴사들은 수익 악화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감원이 대형가맹점의 직접 밴 사업 영위를 사실상 금지시키고 있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영세 밴사들이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재래시장 등의 소규모 카페나 슈퍼·빵집 등이 단말기 교체비용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밴사 관계자는 “밴 총판에서 소규모 가게의 단말기 교체비용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해왔다”며 “생존을 걱정해야 할 영세 밴사들이 지원할 엄두를 못 내면서 서민 자영업자가 100% 제반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영세 밴사들은 밴 시장 자체가 존폐기로에 서 있는 만큼 나이스정보통신 등 대형 밴사가 나서서 카드사와 대등한 협상을 이뤄 일정 부분 수익을 담보하도록 해 영세 밴사의 이익을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대형 밴사들이 카드사와 각을 세울 가능성이 낮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영세 밴사 관계자는 “대형 밴사의 경우 굳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지 않고도 기존 점유율만 유지해도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여서 타격이 없다”며 “결국 가장 하단에 있는 영세 밴사들의 곡소리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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