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외에도 이동통신 시장에는 업계 질서를 뒤흔들 ‘지뢰’가 곳곳에 매설돼 있다. 통신비 기본료 폐지도 그중 하나다. 조만간 이뤄질 통신요금 산정 관련 자료공개를 앞두고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통신비 기본료 폐지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단체는 순차적으로라도 통신비에 포함돼 있는 기본료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통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참여연대에 통신사의 2G·3G 영업통계 보고서와 요금제 인가 및 신고 자료 등을 전달했다. 참여연대는 이달 중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이통사 영업 관련 자료를 통해 통신비 원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정확한 원가 분석을 토대로 월 1만1,000원가량의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투자가 이뤄진 지 10년 이상이 지난 2G·3G의 경우 원가보상률이 100%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가보상률은 원가 대비 영업이익으로 100%를 넘기면 통신사들이 받는 통신요금이 원가보다 높다는 의미다.
특히 통신비 원가 공개가 최근 LTE(롱텀에볼루션)까지 이어지면서 통신사와 시민단체 간 입장 차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는 2G·3G와 달리 LTE는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G와 3G의 가입자(4월 기준)는 각각 226만명과 1,030만명 수준인 반면 LTE 가입자는 5,202만명이다.
이미 LTE 원가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도 이뤄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통신 3사는 지난달 의견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보공개 청구가 이뤄지면 의무적으로 의견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정보공개 여부는 정부에서 판단하겠지만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기본료 폐지로 입게 될 이통사들의 피해가 연 7조~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특정 시기의 원가보상률을 갖고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타당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투자가 과거에 완료된 통신서비스의 경우 원가보상률이 100%를 넘기 때문에 요금을 인하시켜야 한다면 같은 논리로 수십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5세대(5G) 서비스의 요금은 대폭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료 개념이 없는 정액요금제에서는 원가보상률만으로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기 어렵다”며 “최근 통신사 간 요금 인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자율적으로 경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기본료 폐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검토보고서도 “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투자 위축에 따른 통신서비스 질 저하 또는 이용료 인상 등으로 오히려 소비자 후생이 현재보다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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